외국에서 항암치료 받기

간혹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환자분들 중에서는 외국에서 암치료를 받기 원하는 경우가 있다. 죽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돈이 다 무슨 소용이냐며 재산을 정리해서 외국으로 가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죽기 전에 원이라도 없게 외국에 가서 의견이라도 들어본다며 출국하신다. 재벌총수들이 암치료를 받아서 유명해진 미국 휴스턴의 암치료 전문 병원으로 환자들을 알선해주는 브로커가 있을 정도이다.

그러면 외국에 나가서 암치료를 받는 것은 어떠할까?

위암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흔한 암의 경우 외국에 나가는 것이 도움되지 않는다. 위암의 경우 우리나라 암치료 수준이 세계 어디에 가도 뒤쳐지지 않아서, 괜히 비싼 돈 들여 외국 나가서 우리나라만 못한 치료를 받아올 가능성도 있다.

폐암, 대장암, 전립선암 처럼 외국에서 많은 암들은 외국의 치료 노하우가 우리나라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 다만 엄청난 치료비와 말이 안 통하는 갑갑함을 감내해야 한다.

외국 특히 미국의 대형 암센터에 가면 서비스가 엄청나게 좋다. 호텔급 시설에 편안하고안락한 병실, 담당의사가 한번 회진 오면 한 시간 이상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검사를 하면 검사의 목적, 부작용, 결과까지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몇 십만원 하는 치료비가 수 천만원 들 수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 3주마다 한번씩 귀국을 할 수도 없으므로 수개월을 체류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되어야 한다.

또한 말 안 통하는 답답함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암환자 진료를 하다 보면 단순히 언어뿐 아니라 사고방식과 문화가 비슷해야 의사와 환자간에 교감을 이룰 수가 있다. 의사와 환자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영어 소통이 잘 안되면 아무리 통역이 있어도 미묘한 뉘앙스 차이까지 받아들이긴 힘들다.

이제는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담당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보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제 상황이 무척 안 좋으니 임종에 대해 준비를 하라는 의미이구나 간파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 통해도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라면 퇴원준비를 하라는 것인지, 주사 맞을 준비를 하라는 것인지 그 의미를 종잡을 수 없고, 담당의사가 무슨 의도로 나에게 이야기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 답답할 것이다.

실제로 진료실에 있다 보면 외국에 나가서 치료를 받더라도 대부분 얼마 못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돌아와서 외국병원에서 항암치료 받았던 약이라며 처방전과 소견서을 보내온 것을 보면 우리 나라에서 쓰는 약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