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환자의 비애

제주도에 사는 A씨는 얼마 전에 큰 일을 당할 뻔 했다. A씨는 위암으로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이었다. 1주일 전 항암치료를 받고 별다른 일 없이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에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밤에 열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너무 힘들어 인근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실 담당의사가 상태가 안 좋으니 바로 입원을 하자고 하였다. 피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너무 떨어져 있고, 혈압까지 떨어져서 패혈증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응급실 의사는 어느 병원에서 치료 받았냐 무슨 항암제를 썼냐, 백혈구 촉진 주사를 맞았냐, 전에도 소변에서 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냐 등등을 물어보는데 환자나 보호자로서는 통 알 수가 없었다.

이전의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서울에서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응급실 담당의사도 답답하고 환자 본인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밤이 깊어 비행기도 없는 상황이라 서울까지 갈 수도 없었다. 급한 대로 인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항생제 치료하면서 상태가 호전되어 위기는 면했지만 A씨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아찔하기만 했다.

그래서 A씨는 다음에 항암치료 받을 때에는 아예 제주도로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 여관을 잡아 놓을 계획이다. 아예 서울에서 머물면서 며칠 몸 상태를 보다가 내려오려고 한다.

이런 일은 지방에 사는 환자라면 흔히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처음 암을 진단 받고 나면, 큰 병이니 큰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서울의 유명하다는 큰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러다가 항암치료 도중 급한 일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되는데 큰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 수가 없어 애먹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다니던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여 응급조치도 못 받고 몇 시간을 앰뷸런스 타고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일이 생긴다. 지방환자들이라면 급한 일이 생길 때 근처 병원 응급실에 가서 응급 조처를 받을 수 있도록, 큰 병원에서 치료 받은 내용에 대한 소견서나 의무기록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응급상황에서 조치가 용이해진다.

Posted by 김범석 bhum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