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에 대한 차별
암환자에 대한 차별
예전에 피우진 중령이라는 여군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한적이 있었다. 피우진 중령은 유방암을 진단 받았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 완치가 되었었다. 하지만, 치료가 다 끝나자 군대에서는 그녀의 유방암을 이유로 그녀를 복직시키지 않았었다.
물론 군대라는 조직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 체력과 건강의 요구되는 조직이다. 암을 진단받고 기력이 떨어져서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다면 군복을 벗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암을 극복하고 완치 되었는데도, 암에서 벗어나서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는데도, 한때 암환자였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에서 복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피우진 중령은 자신의 복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했고 1년 7개월 만에 복직에 성공했다. 사실 그녀는 계급정년을 앞둔 상황이어서 소송에 이겨 복직하더라도 곧 전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었으면 한다며, 후배 여군들과 암환자들을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고 했다.
암이 완치 되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는 데도 단지 한때 암환자였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그것도 국가가 해고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암환자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우리는 ‘암환자’ 하면 암치료만을 생각하지, 그들의 인권과 사회적인 인식에 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암환자들이 사회적으로 부당한 처우를 당하는 일은 의외로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피우진 중령에서와 같은 직장에서의 차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암환자들 중에서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변이나 직장에 알리지 않고, 홀로 외로이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꽤 있다. 환자분들 중에서는 암치료를 위해 입원을 해야 하니 직장에 병가를 내야 하고 진단서가 필요하긴 한데, 진단서에 암이라는 단어는 빼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꽤나 있다. 요즘 같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만일 자기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직장에서 안다면 직장 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안해지고, 승진할 때 걸림돌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해고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암에 걸리고 나서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하는 여자들도 많다.
우리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남을 이해하고 평가하려 들기 때문에, 암환자 하면 무조건 병실에 입원해서 혹은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조용히 요양하며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많은 암환자 분들이 말기가 되기 전까지는 일반인과 다름없이 생활 가능 하기도 하다. 이 분들이 느끼기에는 암에 걸리기 전이나 지금이나 내 몸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 하도 ‘암환자’, ‘암환자’ 하니 그제서야 정말로 환자가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몰론 모든 환자분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환자인 내가 느끼기에 나는 이렇게 멀쩡한데 내가 암환자란 말인가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암환자 입장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고마운데, 나를 곧 죽을 사람 취급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이들도 그냥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다. 암환자라는 탈을 쓴 유별난 존재가 아니다. 나는 정상인이고, 이들은 암에 걸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보람되게 사느냐에 따라서 암환자들은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암환자가 아닌 당신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
암에 걸렸으니 병을 회복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쉬라는 배려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배려가 차별과 구분이 안 갈 때에 문제가 생긴다. 암은 직장에서 해고하라는 수단도 아니고 이혼하라는 핑계거리가 아니다. 당신이 암환자에 대해 가지는 편견은 언젠가 당신에게 고스란히 다가 올 수 있다. 암 통계에 의하면 우리가 평균 수명까지 산다고 하면 1/4에서 1/3이 암에 걸리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만 보자면 이 글을 읽는 사람 셋 혹은 넷 중의 하나는 미래의 잠재적 암환자이다. 당신이 암에 걸려봐야만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 것인가? 적어도 암환자들에게 따뜻한 격려나 위안의 마음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우리 멋대로의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