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왜 걸리나요- 암은 팔자 소관

담당의사로부터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 모든 환자는 복잡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앞으로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 삶이 불안해 지면서 마음이 답답해지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라는 생각에 괜히 눈물이 주루룩 떨어지기도 한다. 내가 죽고 나서 남겨질 가족들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면서 괜히 짜증을 부리게 된다. 여태까지 살아왔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옛날에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병이 걸리나 싶어진다. 후회되는 옛일이 있으면 그때 그일 때문에 내가 이런 병에 걸렸나 싶어 참회를 해보기도 하다가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진다. 그러면서 도대체 내가 왜 암에 걸린 걸까 궁금해 지는 것은 당연하다.

선생님 그런데 저는 왜 암에 걸렸나요? 내가 무얼 잘못했기에 암에 걸린 걸까요?”

환자들이 이렇게 물어오면 내 나름대로 모범답안을 만들어서 설명을 해주었다.

암의 원인에는 유전적인 요인도 있고, 환경적인 요인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왜 암에 걸린 건가요?”

사실은 아직까지 암이 왜 생기는지 분명치가 않아요. 환자분이 예전에 잘못한 일이 있어서 이런 병 걸리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죄책감 갖지 마세요.”

그래도 자꾸만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병 걸리나 싶어져요.”

어떻게 하면 열심히 치료 받아서 암을 이겨낼까를 고민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쓸데없이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말고 치료나 열심히 받으세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확히 전달이 안 되었고, 환자분도 답답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회진 돌다가 연륜이 많은 우리 교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을 보았다.

암에 왜 걸리냐구요? 허허팔자소관이지요…”

바로 그랬다. 팔자 소관. 너무나 명쾌한 답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왜 팔자소관이라고 하셨을까.

팔자라는 것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정해지는 것이다. 사람의 유전자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태어나는 순간 이미 체질적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이 유전자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유전자가 고장난 채로 태어나거나 아니면 나이들면서 유난히 유전자가 잘 고장나는 사람이 있다. 체질적으로 타고나기에 원래 그런 것이다.

앞에서 암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암에 걸리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왜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세포가 자꾸만 증식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유전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밖에 없다. 특별한 몇 가지 예외를 빼고는 이 두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둘 사이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암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간단히 예를 들어 우리가 공부를 잘 하려면 유전적으로 머리가 좋아야 하지만, 후천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하듯이 말이다.

유전적인 원인으로는 암의 발생을 설명할 때 유전자 감수성 (genetic susceptibil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유전자가 어떤 외부의 위험 요소에 유난히 취약한 경우를 말한다. 똑같이 담배를 피워도 누구는 폐암에 걸리고 누구는 폐암에 안 걸리는 이유를 유전자의 감수성으로 설명한다. 즉 유전자 감수성이 낮은 사람은 담배를 조금만 피워도 바로 폐암이 생기고, 그 반대인 사람은 담배를 아무리 피워도 폐암이 안 생기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고 할 때 이야기하는 체질이 바로 유전자 감수성의 개념이다.

이러한 유전자 감수성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지는 것이다. 즉 팔자이다. 다만 환경적인 요인만 조절되면 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즉 선천적으로 아무리 유전자 감수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담배를 안 피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유전자가 아주 취약한 경우에는 담배 안 피워도 폐암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은 사주팔자가 전부가 아니다. 사주팔자가 아무리 안 좋아도 열심히 노력해서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기고 출세도 한다. 관상 수상보다 중요한 것은 심상이라고 하듯이 후천적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면 사람 인생이 바뀐다.

암발생이 팔자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분명히 팔자라는 태어날 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유전자 감수성이 있다. 하지만, 열심히 살다 보면 운명도 비껴가듯이 후천적인 요인을 잘 조절하면 암 발생이 안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운명運命 할 때 운運 자가 움직일 運 즉 운전할 때 운 運 자 아니던가. 암이 발생하는 데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그래서 암의 발생은 팔자 소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