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유전인가요
앞에서 암의 발생에 유전적인 감수성이 관여한다고 말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암이 유전이냐? 네 아니오로 대답하라’라고 한다면 대답은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유전성이 가장 적고 담배라는 주범이 잘 알려져 있는 폐암의 경우에야 ‘유전 안 되요. 담배펴서 생긴 거에요’ 라고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지만, 다른 암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간암의 예를 들어보자. 간암의 경우 B형 간염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주 원인이라는 것이 다 알려져 있다. 간염 t;/SPAN> 간경화 t;/SPAN> 간암으로 진행한다는 것도 다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B형 간염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모자감염이 가장 흔한 형태여서, 엄마가 B형 간염 환자이면, 애기 낳을 때에 애한테 감염이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엄마가 B형 간염 그 밑으로 5남매 중 5명 모두 B형 간염 이런 집안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런 집안에서는 엄마가 간암으로 치료중인 가족력이 있고, 자식들도 줄줄이 간암이 생기는 것을 흔히 본다. 이런 가족을 보고 엄마 때문에 유전되었다던가 엄마 때문에 자식들이 모두 암에 걸렸다고 이야기 하기는 쉽지 않다.
엄밀히 엄마의 유전자가 자식들에게 유전되어 암이 생긴 것이 아니라 B형 간염이 옮겨져서 간암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B형 간염만 안 옮았어도 간암에 안 걸렸을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엄마가 애들한테 B형 간염을 옮기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이런 가족을 앞에 두고 엄마 때문에 자식들이 간암에 걸렸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정말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된다.
가족끼리 생활 습관이나 음식 패턴이 비슷해서 암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암이 유전되어서가 아니라 음식을 같이 먹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암환자가 많이 생길 수도 있다. 위암의 경우 맵고 짜고 탄 음식을 가족이 함께 먹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위암이 동시에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 암은 정말 유전이 된다. 유전성 대장암과 유전성 유방암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경우에는 원인 유전자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유전성 유방암의 경우 BRCA-1, BRCA-2라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 생긴다. 한 집안 내에 엄마, 이모, 언니 모두 유방암인 경우 유전자 검사를 받아서 BRCA-1, BRCA-2 유전자에 이상이 있음이 밝혀지면, 이 사람은 언젠가 유방암이 생길 확률이 아주 아주 높기 때문에 정기검진도 열심히 하고 암이 생기기 전에 미리 유방을 절제하기도 한다.
<유전성 유방암의 유전자에 대해 보도한 뉴스위크지의 표지사진>
유전성 암환자의 가계도
이렇게 유전성이 명백한 암의 경우 담당의사는 암에 걸리지 않은 가족에게도 유전자 검사를 권한다. 추후 암이 생기는 것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런 유전성 암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어떤 검사를 언제 어떻게 하고, 암이 생기기 전에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에 대해 의사들 마다 견해 차이가 조금씩은 있다.
결론적으로 일부 암은 유전하지만, 이런 암은 매우 드문 편이고, 대부분의 암은 유전보다 후천적인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