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100만명 시대 (하) 재활대책 미비
건강관리·사회적 배려 있으면 정상적인 삶 가능
정부지원 단체 있어야…건강보험 적용 확대도

» 암 환자의 생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치료뿐만 아니라 직장 복귀, 건강관리 등 재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은 한 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부산/뉴시스
암으로 진단돼 치료를 받은 뒤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이 최근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암 환자 및 생존자의 삶의 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말기 암이 아니라면 치료를 받은 뒤 2차암 예방을 위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고, 사회적인 배려가 뒤따를 경우 일반인과 다름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를 돕는 조직이나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암 치료 뒤 가계가 파산하지 않도록 건강보험 적용도 크게 늘려야 한다.

■ 암 생존자 위한 별도 조직 필수 5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이아무개(45)씨는 유방암 재발 가능성을 줄이려면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항암 치료가 끝난 뒤 집 근처 헬스클럽을 찾았다. 팔과 다리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빨리 걷기 등 유산소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어깨와 겨드랑이 부분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에야 수술 뒤에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팔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해선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다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고, 의사는 유방암 환자의 재활에 구체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유방암 환우회를 소개해줬다. 이씨는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은 오히려 ‘선배 환자’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암 환자들이 환우회에서 암 관리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를 활성화하려면 정부나 병원에 전담 조직을 둬 환우회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재정 지원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영국 등 여러 나라에는 암 환자들의 협회가 있어 암 환자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 협회들은 정부도 인정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공식 조직으로, 정부와 사업주에게 취업 등에 대한 정책 건의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우리도 다른 나라들처럼 암 생존자를 위한 별도의 담당 부서와 예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암은 ‘관리되는 질병’ 인식 가져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2009년 국가암등록 통계’를 보면 2005~2009년 암 진단 및 치료 뒤 5년 이상 살아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비율은 62%로 나타난다. 1996~2000년의 44%와 비교하면 최근 10년 동안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다. 특히 갑상샘암은 99.7%, 유방암은 90.6%가 5년 이상 생존한다. 이 때문에 암 분야 전문가들은 폐암이나 췌장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암은 이제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여기면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 됐다고 본다. 암 환자들 역시 치료 성공률이 높은 초기 암이 진단돼 치료를 받았다면 약간의 배려만 있어도 건강한 사람들과 똑같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07년 암시민연대의 대표를 지낸 박성태씨는 “나의 경우도 2003년 위암이 초기에 진단돼 수술 치료를 받은 뒤 10년째 일반인들과 같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며 “요즘은 초기에 암이 많이 발견돼 치료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업무 배치 등에서 조금만 배려를 해주면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3기 유방암을 진단받은 뒤 치료를 받은 김아무개(51)씨는 “항암치료를 받을 때에도 암 환자라서 일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야근을 자청해서 했을 정도”라며 “직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환자라는 생각도 덜 하게 되는 등 큰 도움이 되지만, 야근을 제외해주거나 업무 강도를 낮춰주는 등 제도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치료비로 파산하지 않도록 해야 암은 치료비가 많이 드는 대표적인 중증질환이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도 2005년부터 암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비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왔다. 하지만 여전히 환자 부담은 전체 진료비의 30% 정도로, 값비싼 항암제 등을 쓸 때에는 수천만원이 드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암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는 2008년 이후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2009년 암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비율은 67.9%로 2006년의 71%에서 3.1%포인트 줄었다. 최성철 사무국장은 “암 치료 과정에서 가진 재산을 다 쓸 수밖에 없는 많은 가난한 환자들이 2차암 검진이나 건강관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치료비 탓에 파산하지 않도록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기업 채용 때 암환자 차별 금지
외국의 사례

우리나라보다 인구 고령화를 먼저 겪어 암 환자 및 생존자가 많은 영국이나 일본, 미국 등은 암 환자 대책도 발달돼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먼저 암 환자의 재취업을 위한 별도의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지원한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기업이 직원들을 채용할 때 암 환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물론 암 환자의 취업을 돕는 별도의 단체들이 있고, 취업 이후에도 환자의 상태에 맞는 업무를 찾도록 돕고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상담을 한다. 이들 단체에는 실제로 암을 이겨낸 이들이 일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사, 정신과 의사, 산업의학 전문의, 보험 전문가 등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이들의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암 환자들이 만든 협회가 정부의 정책에도 깊이 관여한다. 보건부 및 노동부 등에 암 환자의 취업부터 건강관리 분야까지 여러 건의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보건부에 암 생존자를 위한 사무국이 별도로 있어,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주로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암 환자 및 가족을 포함해 암 환자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의료진에 대한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암 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위해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겨 ‘암 생존자의 날’을 지정한 나라도 많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인도,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198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세계 10여 나라에서 해마다 6월 첫째 주 일요일에 공동으로 열린다.

김양중 기자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515533.html


Posted by 김범석 bhum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