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담배사업법 헌법소원 주도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

지난 11일 국가의 담배 제조·수입·판매를 허용하는 담배사업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폐암환자, 임신부 등 시민 9명이 헌법소원을 냈다. 담배의 유해성과 관련한 소송은 그동안 국내외에 많았으나 헌법소원은 세계에서 처음 낸 것이다. 헌법소원을 주도한 인물은 ‘금연전도사’로 통하는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64·사진)다. 지난 13일 서울대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입법기관인 국회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마지막으로 헌법재판관들의 양심에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0년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이 돼 연구해보니 담배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이자 마약입니다. 6년간 준비해 2006년 담배제조 및 매매 금지 관련법 입법 청원을 17대 국회에 냈죠. 그러나 1년여가 지나도록 단 한번도 논의조차 하지 않더라고요. 담배회사와 연관이 없다고 보기 힘든 비상식적 행동이죠. 더 깊게 얘기할 순 없어요. 18대 국회에 다시 냈을 때도 똑같았습니다. 국민을 위한 의회가 아닌 거죠. 100년이 지나도 안 바뀔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헌법소원을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는 “암 사망자의 30%는 흡연이 원인으로 국내에서만 한 해 5만여명이 흡연으로 사망한다”며 “그걸 알면서도 국민의 건강을 지켜줘야 할 국가가 거꾸로 담배사업법을 제정해 보급 등에 앞장서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국민 사기이자 코미디죠. 담배보다 순한 대마초를 피운 사람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으로 매도하면서 그를 잡아가는 경찰과 검사는 더 독한 담배를 피우잖아요. 또 순한 발암물질 하나만 검출돼도 제조금지 처분을 내리면서, 60여가지 각종 발암물질로 가득한 담배는 버젓이 팔게 하는 나라니까요.”

그는 지난해 11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직전 발표된 서울시의 ‘금연공원 내 흡연구역 설치’ 계획도 무산시켰다.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 담배제조 및 매매 금지 추진운동본부’ 명의로 박 시장에게 “간접흡연피해방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조치”라며 항의 공문을 보냈고, 박 시장은 박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공감을 표했다. 박 시장과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다고 했다.

“박 시장이나 이번에 헌법소원을 함께 낸 이석연 변호사 모두 제가 국립암센터에 있을 때 인연을 맺은 분들입니다. 당시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 변호사는 경실련 사무총장이셨거든요. 담배를 추방하려면 시민단체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의도적으로 만났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박 시장은 2006년 담배제조 및 매매 금지와 관련한 법안 입법 청원에 참여한 158명 중 한 분이셨더라고요.”

문제는 흡연자들의 반발이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건물, 버스정류소, 공원까지 금연장소로 지정되면서 흡연자들이 흡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흡연권을 보장하라는 것은 나쁜 물질인 줄 알면서도 아편 중독자를 위해 아편을 할 공간을 만들어주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라며 “흡연자들은 힘들더라도 담배를 끊도록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헌판결이 나오면 향후 10여년간은 금연하겠다는 사람, 담배 농가와 도·소매상을 국가가 지원해 흡연인구를 50만명까지 줄인 후 그때까지도 못 끊은 사람은 등록을 받아 환자로 구분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국내에서는 1999년 장기흡연으로 폐암에 걸린 김모씨 등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이래 여러 소송에서 담배와 폐암과의 연관성은 인정했으나, 배상책임을 물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162115425&code=100203
Posted by 김범석 bhum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