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4살 때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저의 아버지께서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93년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까까머리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암이 무엇인지도 몰랐었습니다. 그저 걸리면 죽는 병이라고만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사람들만 걸리는 나쁜 병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암 발생도 점차 증가하여 암은 이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한민국 사람 세 사람에 한 명꼴로 암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치료 기술도 많이 좋아져서, 암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이었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 많은 않습니다. 일부 암은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암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완치는 안되더라도 가지고 사는 만성병처럼 되었습니다.
그러나, 암은 여전히 우리에게 너무나 무서운 병이고, 많은 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병입니다. 뜻하지 않게 자신이나 가족이 암 진단을 받으면 막연함과 두려움이 앞서게 됩니다. 담당의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도 해보고, 옆 침대 환자들의 말도 들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은 남습니다.
시중에 이와 관련하여 많은 책들이 나와있습니다. 암을 극복한 환자들의 체험수기, 암환자들의 식사를 포함한 식이요법, 자연치료로 완치된다는 이야기, 암에 대한 일반적인 해설서…... 하지만 많은 책들이 민간요법을 단순 홍보하는 책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고, 외국 책을 그대로 번역한 것들이고, 최근 경향을 반영해 주지 못한 옛날 책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서 환자분들이 공감하면서 볼 만한 것들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진료실에 있다 보면 환자들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간이 많다면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고 싶은데, 진료실 밖에는 벌써 다음 환자들이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고, 마음은 급해져서 진료를 하다보니 실제로 환자분들에게 해주지 못한 이야기가 많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병원의 교수도 아니고, 명망 있는 암 치료의 대가도 아닌, 그저 아직 배우는 사람입니다. 대학병원에 가면 흔히 있는 인턴 레지던트 중 레지던트 과정을 막 마친 평범한 내과전문의입니다. 항암치료에 대해 공부해 보겠다고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초보 의사입니다. 그리고 제가 내과의사이다 보니 암 치료에 중요한 부분인 수술과 방사선 치료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이 부족하여 자세히 다루지 못하였고, 제가 전공하고 있는 항암치료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썼습니다. 제가 의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가지고 항암치료를 받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지도해주시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