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께서는 이제 얼마나 더 사실까요?”

이제 저는 얼마나 더 살수 있을까요?”

왜 그런거 있쟎아요. 길어야 몇 개월이니 하는 것들요.”

대략이라도 선생님들은 아시쟎아요.”

환자 혹은 보호자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 아마도 예후와 여명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진료실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런 질문을 해오면, 의사인 나로서도 대답하기가 참 애매해진다.

멋모르던 주치의 1년차 시절에는 각종 암 별로 통계수치를 다 외웠다. 위암은 5년 생존률이 몇 %, 평균 생존 기간은 몇 개월, 항암치료 하면 생명연장이 몇 개월이고, 항암치료 안하면 평균 얼마나 살다가 돌아가시고각종 암 별로 수치를 열심히 다 외워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물어보면 열심히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고 나면 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아니 사실 거의 다 틀렸다. 두 달 밖에 더 못사실 것 같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6개월 더 살다가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었고, 평균 6개월은 더 사실 것이라고 했는데 한 달 뒤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었다.

선생님이 6개월은 더 사실 수 있다고 하셨쟎아요그런데 이게 뭔가요아직 준비도 안되어있는데 허무하게 가시다니… ”

보호자들로부터 원망 어린 눈총을 받은 적도 많았고, 곧 돌아가실 것이라고 말했던 환자들이 멀쩡히 계속 살아 계시는 것을 보면 민망한 적도 많았다.

바로 통계숫자의 맹점 때문이다. 우리가 통계 숫자를 이해할 때는 그 숨은 뜻까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통계숫자는 어디까지는 통계숫자일 뿐 그것이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혁명 기간 동안 영국의 국민 평균 수명이 20세였다고 한다. 평균 수명이 20세 이니까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 20세가 되는 순간에 사망하는 것일까? 19세가 되면 자 이제 살날이 1년 밖에 안 남았으니 임종준비를 합시다 이래야 할까? 물론 아니다. 평균수명이 20세인 것은 높은 영아 사망률 때문이었다. 58세에 죽는 사람 한 명, 1살에 죽는 사람 두 명이면 평균수명이 20세가 되는 것이다. 세 사람이 똑같이 20살까지 살다가 죽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평균 수명이 20세라고 하면, 마치 20세가 되면 다 죽는다는 의미처럼 느껴지기 쉽다. 이것이 통계 숫자의 맹점이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이제 얼마나 더 사실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간혹 나는 오히려 반문을 하곤 한다.

그러면 저는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 맞춰 보세요. 그럼 저도 가르쳐 드릴께요.”

그러면 보호자들은 의아해 한다.

에이 선생님. 건강한 사람하고 암환자하고 같나요선생님이야 뭐 오래 사시겠죠.”

대한민국 남자 평균 수명이 73살 이거든요. 그럼 저는 이제 얼마나 더 살까요? 통계숫자는 다 나와있어요. 저는 언제 죽을까요? 제가 73살 땡 하는 순간에 죽을까요?

그러면 보호자들은 그제서야 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다.

저는 교통사고 나서 내일 죽을 수도 있고요, 100살까지 벽에 똥칠하면서 살수도 있어요. 대한민국 남자 평균수명이 73살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지, 사람들 사는 것을 보면 73살보다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적게 사는 사람도 있쟎아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몇 개월 남았냐고 물어보면 제가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제가 분명한 사실만 말씀 드리자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사실 거라는 것 밖에 없네요. 치료를 시작해보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다려 봅시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도 있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