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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 맞는 환자를 찾는 것도 '신약개발'

[신약을 만드는 의사들]⑩김태유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

 

김태유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표적항암제의 '표적'을 찾는 전문가다. 표적항암제가 혁신적 치료제로 인정받는 것은 정상세포는 그대로 둔 채 암세포만 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라고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대장암 표적치료제 '얼비툭스'가 대장암 환자 중 정상 'KRAS'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만 효과적이고, 유방암 표적치료제 '허셉틴'이 'HER2' 유전자가 과발현된 유방암 환자에게만 효능이 있는 것처럼 표적항암제가 보다 효율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합한 환자를 찾아주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김 교수가 '표적찾기'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된 것은 폐암 표적치료제 '이레사'다. 2003년 동정적요법으로 한국에 들어온 이레사를 말기 폐암환자에게 100명에게 적용하던 과정에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 전세계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암제에 비해 별 효과가 없다'고 결론났음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의 환자 100명 중 10여명에게서 기적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항암화학요법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돼 숨조차 쉬기 힘들어하던 환자들이 이레사를 한달 복용한 후 걸어다닐 정도로 회복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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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유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모든 암환자에게 효과적인 표적항암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잘 듣는 환자를 선별해 치료하지 않으면 약값만 낭비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효과가 있었던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모두 암세포에 성장신호를 전달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며 "특히 이 돌연변이는 서양인보다 한국인에 많아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좋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작성, 2005년 종양학 분야 국제저널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게재했다. 약을 개발한 제약사도 발견하지 못했던 사실이 환자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후 이레사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서 3418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실제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은 암세포의 성장을 제어하는 '분자표적'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개발되지만 실제 표적 항암제가 분자표적의 어떠한 유전적 변이가 있는 경우에 효과적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제약사는 새로운 후보물질이 발견되면 전임상 및 임상 연구를 통하여 표적항암제의 구체적인 타깃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가 속해있는 서울의대 암연구소 실험치료연구실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이 연구소는 머크나 로슈, MSD, 아스트라제네카 등 유명 다국적제약사에서 개발된 신약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타깃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표적항체치료제 허셉틴. 서울의대 암연구소는 현재 'HER2' 단백질이 과발현된 유방암 환자에게만 적용하는 허셉틴이 위암에서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HER2' 단백질이 과발현된 위암 환자라면 허셉틴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벌써 수년 전 시작된 이 연구는 얼마전 전세계 임상시험까지 마쳤다. 결과는 오는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다. 이 사례는 국내 의료진이 시판된 항암제의 새로운 효과를 찾아낸 것은 물론 전세계 임상시험까지 주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김 교수가 현재 연구하는 후보물질은 암세포 성장에 기여하는 mTOR 단백질을 억제해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현재 신장암에서 효과를 인정받은 이 후보물질을 간암에 적용하는 연구에 한창이다. 김 교수는 "간암환자에게서도 mTOR 단백질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어 전임상을 진행한 결과 효과가 있었다"며 "곧 전세계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홍콩 연구자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진행하는 이 후보물질 임상시험을 주도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치료성공율을 높이고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표적항암제의 올바른 '표적찾기'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암환자에게 효과적인 표적항암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잘 듣는 환자를 선별해서 치료하지 않으면 약값만 낭비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표적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약효예측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미국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암 환자가 오면 대표적인 유전자 10~20개는 기본적으로 분석하고 치료계획을 수립한다"며 "그렇게 하면 환자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 검사의 보험적용 등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김범석 bhum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