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癌 전용 응급실 갖추자
언론 :
2009/08/07 11:59
癌 전용 응급실 갖추자
우리나라 대학병원 응급실은 흔히 시장 바닥에 비유된다. 온갖 종류의 환자들이 다 몰려오기 때문에 공간은 늘 부족하고 병상은 빽빽히 차 있다. 일부 환자들에게 응급실은 입원실을 차지하기 위한 대기실로도 이용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사고를 당한 중상(重傷) 환자나 뇌졸중·심근경색 등 '진짜 응급환자'는 병상을 얻지 못해 간이 침대에 눕거나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치료를 기다리기 일쑤다. 응급실 이용자의 60%는 감기 같은 가벼운 증상의 환자이고, 20∼30%는 암 환자들이 차지한다. 특히 암 환자들은 한번 들어오면 짧게는 3∼4일, 길게는 1주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응급실 정체'의 큰 요인이 된다. 때문에 중증 응급환자 치료가 본래 기능인 대학병원 응급실이 '암 환자 응급처치실'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러면 암 환자는 응급실을 이용하지 말라는 얘긴가. 그렇지 않다. 암 환자도 혈압이 뚝뚝 떨어지거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긴급 상황일 땐 응급실에서 신속히 치료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암 환자는 전체 암 환자의 10%에 그친다. 한 대학병원 조사 결과 응급실을 찾은 암 환자의 75%가 중증도에서 하위와 최하위에 해당되는 4∼5단계에 속했다.
수술 후 퇴원한 암 환자는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 폐렴, 고열, 심한 통증 등 크고 작은 합병증에 수시로 시달리며 감염에도 취약하다. 응급실에서 각종 질병을 앓는 환자들 속에 섞여 오래 있으면 되레 감염되거나 병이 악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암 환자는 가급적 격리된 공간에서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국내 상당수 대학병원은 암 병동에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래진료 외의 암 환자 진료는 응급실에 맡기고 있다. 대규모 암센터를 세워 암 환자를 대거 유치해 놓고는 외래진료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나 장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를 응급실에 떠넘기고 있다. 병원 덩치 키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환경이나 시설에 대한 투자엔 인색한 것이다.
대학병원 암센터 정도면 급성 증상의 외래 암 환자를 치료하는 별도 시스템을 만들거나 단기 치료 병실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실 본래 기능을 살리고 암 환자도 더 나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5월부터 국내 최초로 운영하고 있는 '24시간 암 환자 긴급 진료실'이 눈길을 끈다. 암의 진행이나 항암·방사선 치료 도중 발생한 긴급 증상에 대한 신속한 관리를 위해 마련된 일종의 '암 환자 전용 응급실'인 셈이다.
36병상을 갖춘 이곳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종양내과와 혈액내과 교수가 매일 한 차례 이상 회진하면서 환자를 보살핀다. 병원 측은 기존 응급실을 찾는 암 환자의 80% 이상을 이곳으로 보낸다. 이 때문에 기존 응급실 정체 현상은 크게 줄었다. 또 긴급 진료실을 이용한 암 환자들은 기존 응급실과 달리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입원실과 다를 바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받다 귀가할 수 있어 대부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암 환자 전용 응급실이 돈 되는 시설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곳 담당 응급의학과 이윤선 교수의 말이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민태원 생활과학부 차장 twmin@kmib.co.kr
출처 국민일보 2009.8.5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1376793&cp=n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