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병원'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09/09/30 MRI검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by 김범석 bhumsuk
  2. 2008/12/13 암을 진단받고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 때 by 김범석 bhumsuk
  3. 2008/01/17 병원을 옮기고 싶어요. by 김범석 bhumsuk
  4. 2008/01/16 지방환자의 비애 (2) by 김범석 bhumsuk
  5. 2008/01/15 3시간 대기, 3분 진료 by 김범석 bhumsuk
  6. 2008/01/14 의사들도 고달프다. by 김범석 bhumsuk
  7. 2008/01/13 말의 의미는 정확하게 이해하자. by 김범석 bhumsuk
  8. 2008/01/12 질문을 할 때에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by 김범석 bhumsuk
  9. 2008/01/11 가족이 함께 모이자. by 김범석 bhumsuk
  10. 2008/01/10 담당 주치의와의 효율적인 대화 방법 by 김범석 bhumsuk
  11. 2008/01/09 설명을 잘 안 해주는 의사들 (1) by 김범석 bhumsuk
  12. 2008/01/08 죽어도 가기 싫은 응급실 이용하기 by 김범석 bhumsuk
  13. 2008/01/07 입원해 있는 동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담당 주치의 by 김범석 bhumsuk
  14. 2008/01/06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 받을 때- 병원 시스템을 알아두자 by 김범석 bhumsuk
  15. 2008/01/05 잊어버리기 전에 종이에 적어가지고 오자. by 김범석 bhumsuk
  16. 2008/01/04 병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일들 by 김범석 bhumsuk
  17. 2008/01/03 당신은 의사에게 어떤 환자인가 by 김범석 bhumsuk
  18. 2008/01/02 의사선생님들과 거리감이 느껴져요. by 김범석 bhumsuk
  19. 2008/01/01 담당의사를 정했으면 믿어라. by 김범석 bhumsuk
  20. 2007/12/31 요즘 시대에 허준 같은 명의는 없다. by 김범석 bhumsuk
  21. 2007/12/30 명의 신드롬 by 김범석 bhumsuk
  22. 2007/12/29 암 전문의를 찾자 by 김범석 bhumsuk
Tag MRI

MRI검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암 치료에 있어서 항암치료 후에 종양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봐서 항암제의 효과를 판정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여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검사 장비가 CT MRI 입니다.

 

MRI는 자기공명영상이란 초전도 자석과 고주파 및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체의 속을 들여다 보는 진단 방법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영상을 합성해 내기 때문에, 2차원 3차원 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매우 정밀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진단 및 치료효과 판정에 매우 유용합니다.

 

MRI를 찍기 위해 검사대에 누우면, 커다란 자석통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몸이 느낄 수 없는 특정한 자기장이 나오고, 이로 인해 검출되는 고주파를 컴퓨터가 처리하여 자기 공명 영상이 만들어집니다. 검사할 때 뚜뚜뚜뚜 하는 시끄러운 소음이 나는 것 외에 검사로 인한 통증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아래의 경우에는 MRI 검사를 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담당의사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검사를 받기 어려운 분

 

1.      몸 안에 금속 물질이 있는 경우

- 심장박동기 (cardiac pacemaker)를 시술한 분

- 동맥류클립 (metallic aneurysm clip)를 시술한 분

- 신경자극기 (neurostimulator)를 시술한 분

- 달팽이관 이식 (cochlear implant)을 시술한 분

MRI가 자석의 원리를 이용하는 기계이므로 몸안에 금속물질을 삽입한 경우에는 담당의사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담당의사와 조율후에는 MRI 검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2. 임산부

 

3. 폐쇄 공포증이 있는 분

- 밀폐된 통 속에 들어가서 10여분 이상 누워있어야 하기 때문에, 폐쇄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은 담당의사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4. 통증 때문에 똑바로 눕지 못하는 분

 

보청기, 틀니, 머리핀, 벨트, 시계, 열쇠, 지갑, 카드, 휴대전화기 등 금속물질이 있는 도구들은 MRI검사에 방해가 되므로 별도의 장소에 반드시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신용카드의 경우에는 MRI 기계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카드가 지워져서 못쓰게 되고, 시계, 전화기 등은 고장 날 수 있습니다. , 고정된 인공치아나 보철은 상관 없습니다.

 

 

조영제 주사

 

검사 부위와 종류에 따라서는 혈관으로 조영제라는 약을 주사합니다. 이는 병명에 따라 정확한 영상진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됩니다. 조영제를 사용하더라도 대부분은 큰 문제가 없으나, 아주 아주 드물게 과민 반응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민반응이 생기더라도 대부분은 속이 울렁거리거나 약한 두드러기 증상입니다. 간혹 조영제로 인한 쇼크가 생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병원에는 이에 대한 응급조치가 준비되어있으므로 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혹시 이전에 조영제 사용으로 인해 쇼크가 생겼던 적이 있는 환자분은 검사를 하기 전에 의료진에게 꼭 이야기를 해주어야 합니다.

 


Posted by 김범석 bhumsuk

암을 진단받고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 때

 


 “암에 걸렸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매우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의사로부터 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나 충격을 받아,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늘이 노래졌다라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러다가 잠시 정신을 차리고 나서, ‘아닐꺼야’, ‘의사가 오진할꺼야’, ‘설마….’,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 받아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부정(denial)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점점 정밀 검사를 할수록 암진단이 바뀌지는 않고, 더욱 안 좋은 소식들이 전해지게 되므로 환자분은 매우 혼란스럽게 됩니다. 마음 속에 화가 끓어 오르고 (분노),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이러한 반응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 암에 걸렸다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요. 많은 환자분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가라 앉으며, 차차 암에 걸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치료를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절대로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어려움이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마음을 다스리기가 너무 힘들면, 담당의료진에게 본인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상의하십시오. 담당의사가 너무 바빠서 오랜 시간 상담해주기가 어려울 것 같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십시오. 특히 정신과 전문의, 임상 심리사, 사회 복지사 등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시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신과하면 미친사람들이나 가는 과’,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과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에게 정신과 진료를 권하면,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해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미친 사람만 진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정신건강을 총체적으로 담당하는 의사입니다. 우울한 마음은 마음에 드는 감기와 같습니다. 몸에 감기가 걸리면 의사를 찾고 약도 먹으면서 힘든 시기를 넘기 듯이, 우울한 마음이 들면 전문가를 찾고 도움을 받아 힘든 시기를 넘기면 됩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면, 전문가와 만나서 환자분이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기가 어려우면, 주변의 친한 친구, 가족, 성직자에게 도움을 청해도 좋습니다. 종교에 의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심리적인 어려움 역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마음이 들 때에는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잠에 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주 깬다. 자도 자도 피곤하다.

- 예전보다 감정기복이 심해져서 자꾸 눈물이 나고, 별일 아닌 것에 속상하고 화가 난다.

- 가슴이 뛰고, 답답하다. 근육이 쑤시고 늘 긴장되어 있는 느낌이다.

-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무기력한 느낌이다.

- 부정적인 생각만 들고, 희망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 내가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 같다.

- 걱정거리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 죽고 싶다

 

 

아래의 블로그는 국립암센터에서 정신종양학을 전공하시는 정신과 전문의 김종흔 선생님의 블로그인데, 여기에 가면 암환자의 정신건강에 대해 도움 되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syonc

 

Posted by 김범석 bhumsuk

병원을 옮기고 싶어요.

응급상황뿐 아니라 지방환자들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서울까지 왔다갔다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점이다. 그나마 KTX가 생기면서 많이 편해지긴 했지만, 진료가 오전에 예약된 날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발해야 겨우 외래시간 맞추어 올 수 있다.

그나마 서울에 연고가 있으면 진료 전날 여유 있게 올라와서 하루 자고 오전 외래에 가면되므로 나은 편이다. 하지만 연고도 없다면 아예 병원 근처에 여관방을 잡는 일도 생기게 된다. 처음 한 두번은 보호자가 회사에 휴가 내고 같이 진료 보는데 따라 오지만, 계속 그래야 한다면 보호자에게도 눈치 보이고 병원 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면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병의 차도가 없어 보이고, 큰 병원의 선생님도 희망찬 이야기를 안해주시면 병원을 옮기는 문제를 더욱 고려하게 된다.

집에서 먼 큰 병원과 집 근처 가까운 작은 병원은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다.

대형 병원

집 근처 가까운 작은 병원

장점

치료 경험과 노하우가 많다.

유명한 교수님들이 많다.

방사선과, 외과, 신경과 등 다른 과와의 협력진료가 용이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

집과 가까워 언제든지 가기 쉽다.

의사 1인당 환자수가 적어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입원이 잘 되고 응급실 이용이 편하다.

단점

멀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

병실이 부족하고 입원이 잘 안 된다.

응급실 이용이 매우 불편하다.

의사1인당 환자수가 너무 많아 자세한 설명을 듣기 힘들다.

치료 경험과 노하우는 대형병원에 비해 떨어진다.

규모가 작다 보니 협력진료가 덜 용이하다.

의사 숫자가 많지 않다.

병원을 옮기고 싶다면,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점을 잘 생각해서 나에게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 환자 본인 스스로가 결정을 해야 한다. 담당의사 선생님과도 상의하고 가족들과도 충분히 상의하여 환자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그래도 병원을 옮기는 데는 원칙은 있다

1) 치료 도중에 병원을 옮기지는 말아야 한다.

2) 병원을 옮길 때는 소견서와 의무기록, CT사진 등 최대한 많은 자료를 가져와야 한다.

3) 철새처럼 이 병원 저 병원 떠돌아 다녀서는 안 된다.

4) 병원을 옮기더라도 나쁜 인상을 주고 가진 말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와야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의무기록이나 CT를 복사하러 오건 환자 상태가 나빠져서 다시 큰 병원으로 와야하건 다시 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나쁜 인상을 주고 가진 말아야 한다.

지방환자의 비애

제주도에 사는 A씨는 얼마 전에 큰 일을 당할 뻔 했다. A씨는 위암으로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이었다. 1주일 전 항암치료를 받고 별다른 일 없이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에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밤에 열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너무 힘들어 인근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실 담당의사가 상태가 안 좋으니 바로 입원을 하자고 하였다. 피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너무 떨어져 있고, 혈압까지 떨어져서 패혈증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응급실 의사는 어느 병원에서 치료 받았냐 무슨 항암제를 썼냐, 백혈구 촉진 주사를 맞았냐, 전에도 소변에서 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냐 등등을 물어보는데 환자나 보호자로서는 통 알 수가 없었다.

이전의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서울에서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응급실 담당의사도 답답하고 환자 본인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밤이 깊어 비행기도 없는 상황이라 서울까지 갈 수도 없었다. 급한 대로 인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항생제 치료하면서 상태가 호전되어 위기는 면했지만 A씨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아찔하기만 했다.

그래서 A씨는 다음에 항암치료 받을 때에는 아예 제주도로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 여관을 잡아 놓을 계획이다. 아예 서울에서 머물면서 며칠 몸 상태를 보다가 내려오려고 한다.

이런 일은 지방에 사는 환자라면 흔히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처음 암을 진단 받고 나면, 큰 병이니 큰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서울의 유명하다는 큰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러다가 항암치료 도중 급한 일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되는데 큰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 수가 없어 애먹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다니던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여 응급조치도 못 받고 몇 시간을 앰뷸런스 타고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일이 생긴다. 지방환자들이라면 급한 일이 생길 때 근처 병원 응급실에 가서 응급 조처를 받을 수 있도록, 큰 병원에서 치료 받은 내용에 대한 소견서나 의무기록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응급상황에서 조치가 용이해진다.

Posted by 김범석 bhumsuk

3시간 대기, 3분 진료

의사들의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 중 하나가 ‘3시간대기 3분 진료라는 것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대형병원에 가면 환자가 너무 많아 3시간을 기다려서 3분 동안 진료하고 온다는 말이다. 의사들이라고 일부러 그렇게 환자들을 골탕먹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텐데 도대체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을까.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온 국민이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커피 없으면 못사는 나라가 있었다. 커피는 이들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었다. 가난한 사람은 자판기 커피를 마셨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호텔에서 고급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돈이 없어 커피를 못 먹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커피가격을 정해버렸다. 생활 필수품인 커피를 많은 국민들에게 싼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서 였다. 정부에서는 많은 사람이 먹게 해야 한다며 커피 가격을 200원으로 책정하였다. 커피는 원가를 감안해볼 때 200원이 적당하니 그 이상으로는 돈을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판기 커피도 일급호텔 스카이 라운지의 원두 커피도 모두 200원으로 통일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좋아했다. 예전 같으면 돈 많은 사람들만 이용했을 일급호텔 커피숍을 200원만 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였다. 어짜피 똑같은 가격인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사람들은 모두 호텔에서 마시고 싶어했다. 그러다 보니 호텔에서는 사람들이 북적 북적 줄을 서야 했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호텔 직원들은 좋은 원두 커피를 고르고 맛있게 끓여내고 예쁜 잔에 담아 정성껏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었는데 손님들이 몰려오니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없어졌다.

처음에는 200원만 내도 호텔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좋아하던 국민들도 불만이 쌓여갔다. 호텔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 커피를 제대로 마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여유 있게 담소를 즐기며 커피한잔 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커피를 채 다 마시기도 전에 커피숍에서 나가야만 했다.

호텔에서는 200원에 커피를 팔다 보니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정부에 커피 가격을 올려달라고 건의했지만, 번번히 집단이기주의로 몰려 커피가격을 올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커피 가격이 물가지수에 포함되어있어 커피 가격을 올리면 그 해의 물가인상률이 크게 오르게 되는 지라, 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서 커피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서는 점점 편법을 쓰기 시작하였다. 주차요금을 시간당 3000원으로 올리고, 스카이라운지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새로 만들었다. 200원짜리 커피를 마실 때에는 3000원짜리 비스켓을 함께 먹어야만 하게끔 규정을 만들었다.

이것저것 합치면 돈은 돈대로 쓰는데, 여전히 커피를 여유 있게 마시지 못하고, 스카이라운지에서 커피 마시기 위해 3시간 기다렸다가 3분만에 후다닥 마시고 나와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불만은 계속 쌓여갔고, 호텔 직원들은 호텔 직원 나름대도 불만이 쌓여갔다.

우회적으로 썼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돈은 돈대로 내는데, 의사도 환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상한 의료제도가 바로 우리나라 의료제도이다.

세상의 모든 제도라는 것은 만들 때 전문가의 손에 의해 잘 만들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비전문가들에 의해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또 의도가 좋더라도 결과는 나쁘게 나오는 제도가 너무 많다.

얼마 전 아파트 경비원들 한달 임금이 너무 적으니 최저임금제를 실시해서 일정수준 이상의 월급을 받도록 해주자는 법이 통과 되었다. 경비원아저씨들이 박봉에 시달리고 있으니 최저 임금을 보장해 주어서 생활을 보장해 주자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경비원 아저씨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졌다. 임금 총액을 늘일 수가 없으니 정해진 예산으로 사람을 써야 했고, 경비원의 숫자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안 짤린 경비원 아저씨들의 월급은 좀 올랐지만, 해고된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기에 근무시간과 근무강도가 더 높아졌다. 그 법은 정년퇴임 후 용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일자리에 나선 경비원 아저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세상의 모든 제도라는 것이 본래 취지와 달리 변질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그래서 제도를 만들 때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면서 제도를 계속적으로 수정 보완 해 나가야 한다.

의료제도는 더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가. 2000년도에 정부는 의약분업이 되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어 의료보험료도 덜 내도 된다고 말했지만, 전체 의료비는 계속 오르고 있고, 의료보험료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의약분업과 같은 제도적인 문제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항암치료 이야기를 하면서 왜 의료 제도 이야기를 길게 하냐면 결국 의료 제도라는 것이 전문가인 의사들이 고쳐나가야 하는 숙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의 관심이 없으면 고쳐나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병생활 하면서 조금이나마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 아들 딸들은 나처럼 병원 다니면서 불필요한 고생을 안 한다.

의사들도 고달프다.

사실 사회에서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의사들 스스로도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떨어졌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이런 것이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인 것은 둘째 치더라도, 소신껏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여건이 점점 나빠졌다. 의사들은 순진한 구석이 있어서 그래도 환자 건강을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이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과 정부의 과도한 간섭, 부실한 의약분업 등 의사를 괴롭히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환자를 정성껏 소신껏 진료하면 보험 때문에 삭감 당하고, 나중에 좋아진 다음에 고맙다는 소리는 못 들을지언정 돈 한푼 더 벌려고 과잉진료를 한 도둑놈,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경우를 의사들은 종종 당한다.

우리 사회가 의사들을 곱게 봐주지 않는 탓이다.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은 기본적인 정서는 의사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물론 그 근본은 과거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이 나쁜 짓을 워낙 많이 한데서 비롯된다. ‘전문직 고소득자 탈세혐의 포착’ 이런 신문기사가 나온다면 그 다음 줄에는 항상 ‘의사변호사 10여명 검찰 조사 중’ 꼭 이런 식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의사와 변호사는 가진 자의 대표로 상징되며 뺏는 것 없이 그냥 밉지만, 싫어하면서도 내 친구나 내 가족 중에서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직업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의사들을 곱게 봐주지 않는 결과로 생기는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의사와 환자간의 불신이다. 자기의 소중한 몸을 믿음직한 의사 선생님께 맡겨도 모자랄 판에, 믿음직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흰 가운 입고 앉아있는 이놈도 다른 의사 놈들과 마찬가지로 돈만 밝힐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 채 진료실을 나와야 하는 현실. 이게 가장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조하기엔 의사들의 원죄가 너무나 크다.

의사들 우리 스스로도 그동안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써왔고, 사회봉사를 전혀 안 했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키지도 못하였다.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대한민국 의사들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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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의미는 정확하게 이해하자.

의사와 병원 : 2008/01/13 08:29

말의 의미는 정확하게 이해하자.

의사들의 잘못 중 하나는 환자가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어 오해가 생기게 된다.

앞에서 항암치료의 종류로 1) 완치는 안되어도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고식적항암치료, 2) 수술 후 완전박멸을 위한 보조항암치료, 3) 수술하기 전에 미리 암덩어리를 줄이기 위한 선행항암치료가 있다고 하였다. 각각의 항암치료에 따라서 치료 목적이 달라진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담당의사는 어떤 목적으로 어떤 항암치료를 하는지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그것이 담당의사 보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경우여서 당연히 환자도 알겠지 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모든 의사는 치료 결과를 놓고 장담하진 못한다. 사람 일에 항상 100% 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치료를 시작해 보기 전에는 치료 결과를 확률로서 이해하는 수 밖에 없다.

항암치료하면 좋아질 거에요. 항암치료를 시작해 봅시다.”

담당의사가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항암치료해서 좋아질 확률이 항암치료해도 나빠질 확률보다 높아 보이니, 좋아지기를 기대하고 치료를 시작해 보자는 의미이다. ‘항암치료 하면 100% 좋아지니 항암치료를 시작해 보자는 의미가 아니다. 게다가 항암치료를 해서 좋게 만든다는 의미가 1) 완치인지 2)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불만이 쌓이게 된다.

그냥 항암치료만 하래요. 시키는 대로 했는데 병이 나빠졌다는 거에요.”

다른 장기에 암이 전이된 4기 환자들은 항암치료로 암을 완전히 뿌리 뽑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완치 목적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이런 경우 항암제 치료 하면서 경과를 물어볼 때 좋다라는 말의 의미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항암치료가 좀 효과가 있는 편인가요?”

“CT를 보니 지난번에는 종양의 5cm크기였는데 이번에 CT 찍으니 1cm이네요. 많이 좋아졌네요. 이 항암치료를 계속 해 볼께요.”

담당의사가 이렇게 말하면 환자나 보호자는 항암치료로 암덩어리가 줄어들었으니 계속 항암치료를 하면 암이 완전히 없어 질 것으로 기대하고 받아들인다. 5cm였던 것이 1cm로 줄었으니 남은 1cm짜리가 0cm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하며 기뻐한다. 하지만, 완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항암제로 암 덩어리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암덩어리는 언젠가는 다시 커지기 마련이다. 좋아졌다고 해서 완치를 꿈꾸다가 나중에 나빠진다고 해서 실망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들이다.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잘 모르겠으면 혼자 지레 짐작하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물어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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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할 때에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의사와 병원 : 2008/01/12 10:08

질문을 할 때에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질문을 할 때에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두루뭉실하게 물어보면 대답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무엇을 궁금해하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힘들고,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들이 성실하게 대답해 주더라도 뜬구름 잡는 소리하는 것 같고 동문서답하는 것 같이 들리게 된다. 게다가 의사와 환자간에 오해가 생기기 쉽다.

저희 아버지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시죠?”

치료하면 저희 아버지께서는 좋아지시나요?”

항암치료가 좋은 가요?”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 대답하기가 참 난감해 진다. 이런 질문들은 마치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 이렇게 물어보는 것과 같다.

요즘 경제가 좀 어때요?”

우리나라의 경기는 어떤가요?”

부동산이 안 좋겠죠?”

주식을 사면 오를까요?”

경제전문가라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본다고 생각해보자. 경제전문가가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우문현답이라도 되면 좋은데 자칫 선문답이 되기 쉽다.

주식을 사면 오를까요?”

오를 종목을 사면 오르겠지요?”

이런 식으로 뜬 구름 잡는 식의 대화가 이루어져봐야 서로에게 별로 득 될 것이 없다. 자칫하면 오해하기만 쉬워진다.

항암치료를 하면 좋아질까요?”

글쎄요. 좋아질 것 같은데요.”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런 대화를 의사와 환자가 나누었다고 해보자. 항암치료 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 웃으면서 헤어졌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환자는 항암치료를 하면 병이 완전히 낫고, 완치가 되겠지요?’라는 의미로 물어본 것이었고, 의사는 항암치료를 하면 암을 완치시킬 수는 없어도 암 덩어리가 줄어들 확률이 60%는 넘으니까 그래도 좋아질 확률이 높겠지.’ 라는 의미로 대답한 것이었다. 둘 다 항암치료를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처음서부터 둘이 항암치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동상이몽인 셈이었다. 한 명은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면서 코끼리는 넓적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한 명은 코끼리의 코를 만지면서 코끼리는 가늘고 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이 나빠지기라도 하면 둘 사이에는 불신이 깊어진다.

질문을 할 때에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항암치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데, 항암치료를 했을 경우와 안 했을 경우의 장단점을 각각 나누어서 설명해 주십시오.”

항암치료를 받으면 많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가장 힘든 항암치료 부작용은 무엇입니까?”

저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항암치료를 견디실지 걱정인데, 다른 연세 많은 환자분들은 항암치료를 잘 견뎌내십니까?”

항암치료를 해서 최대한 기대할 수 있는 생명연장이 몇 개월 정도 된다고 보십니까?”

이렇게 물어보면 대답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다. 환자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정확히 파악이 되기에 대답이 쉬워진다. 이렇게 자세하게 질문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질문이라는 것은 원래 뭘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 질문도 할 수 없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공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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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모이자.

의사와 병원 : 2008/01/11 09:39

가족이 함께 모이자.

담당의사에게 설명을 들을 때에는 가족들이 모두 한번에 모여서 함께 설명을 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암환자의 간병은 개인 혼자서 짊어지고 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나누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백지장도 맞들어야 낫듯 암이라는 큰 병에 맞서서 싸울 때에는 가족들이 머리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얼굴 맞대고 직접 주치의로부터 설명을 들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말이 와전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족끼리도 말을 전하다 보면 한 다리 건너가면 와전된다.

올캐! 요즘 우리 엄마 간병하면서 많이 힘들지? 엄마는 좀 어떠셔?”

담당 선생님이 그러는데 어머님이 폐암 4기래요.”

그러고는 다른 가족에게 말을 전하다 보면 말이 바뀐다.

아까 시누이랑 통화했는데 우리 어머니가 말기이고 가망이 없으시다면서? 아니 너는 아들이 되어가지고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뭐 한거니?”

가족끼리도 말을 전하다 보면 와전되고, 와전되면 오해가 생겨 싸움이 난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에는 다같이 모여서 직접 주치의에게 듣고 그 자리에서 즉석 가족회의를 여는 것이 좋다. 특히 남자 보호자들은 직장일 때문에 병원에 오기가 힘들므로 담당 주치의와 시간 약속을 잡고 퇴근 후 저녁시간을 이용해 병원에 오는 것이 편하다. 외래에 올 때에는 가족들이 다같이 몰려서 오기가 쉽지 않으므로 결정권을 가진 가족 대표 보호자가 오는 것이 제일 좋다.

의사 입장에서도 보호자들이 한명 한명씩 와서 환자분 상태에 대해 물어보면 피곤하기 마련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하다 보면 능률도 안 오른다. 똑같은 설명을 여러 번 하는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이런 가족은 대부분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한 채 제각각 분열되어 다른 의견만 내고, 치료방향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하여 참 힘이 든다. 이런 가족들은 정작 필요한 중요한 순간에는 나타나지도 않다가, 환자상태가 안 좋아지기라도 하면 불쑥 나타나서 남을 비난하곤 한다.

가족은 명절 때만 모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다면 다 같이 모여야 한다. 모여서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비가 온 뒤 땅이 굳듯이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나가야 가족끼리 유대감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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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주치의와의 효율적인 대화 방법

의사와 병원 : 2008/01/10 10:30
Tag 의사와대화법

담당 주치의와의 효율적인 대화 방법

사실 주치의들은 매우 고달픈 사람들이다. 레지던트들은 집에도 못 가고 병원 일에 치여서 사는 사람들이다. 당직서는 날에는 밤에 제대로 못 자는 것은 기본이고 먹는 것마저 제대로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입원해 있을 때에 주치의들의 생활 패턴에 대해 알게 되면 서로간의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가령 예를 들어 환자분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해보자. 주치의가 가장 바쁠 시간에 가서 질문을 한다면 자세한 설명을 듣기가 힘들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바쁠 때에는 밥도 못 먹고 정신 없이 일하는데 그 바쁜 시간에 주치의를 찾아가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달라고 하고, 주치의가 설명을 잘 안 해준다고 투덜거려봤자 소용없는 노릇이다. 주치의들은 검사 결과가 나오고 회진이 다 끝나는 오후 늦게나 저녁시간 이후가 한가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주치의가 한가한 때에 가서 물어봐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주말에는 교수님회진이 없는 경우가 많아 주치의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므로 주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병원마다 진료과 마다 회진시간이 다르고 업무 형태가 다르므로 담당 주치의나 담당 간호사에게 직접 물어보면 주치의의 시간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자. A라는 보호자는 의사에게 설명을 듣기 위해 이렇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도대체 얼굴을 볼 수가 없네요. 하루 종일 목 빼고 기다렸는데 이렇게 늦게 오시는 법이 어디 있어요? 도대체 우리 어머니 상태는 어떤 건가요? 대답 좀 해주시죠?”

반면 B라는 보호자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우리 어머니 병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돼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가장 편하신지요? 편한 시간을 정해주시면 그때까지 제가 기다릴 테니, 그 시간에 면담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A라는 보호자는 담당 주치의가 언제 올지 몰라 화장실도 못 가고 병실에서 아무 일도 못하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겨우 담당 주치의를 만났다. 반면 B라는 보호자는 담당 주치의 선생님과 시간약속을 해놓았기에, 밥도 먹고 나가서 볼 일도 보고, 병실 간이 침대에서 낮잠도 자다가 담당 선생님이 가장 한가한 시간에 면담을 하였다. 둘 중 어떤 보호자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을까?

이것은 일종의 배려이다. 의사도 사람인 만치 환자와 보호자들이 내가 바쁜 것을 이해해주고 바쁜 나를 배려해주는구나하고 느끼게 되면 아무래도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더 잘해주게 되어있다. 이것을 보고 의사들이 사람 차별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보호자가 원하는 것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잘 받고 설명을 잘 듣고 좋은 치료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서로간에 윈윈게임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조금만 더 주치의들을 이해하고 조금만 배려해주면 내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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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잘 안 해주는 의사들

의사와 병원 : 2008/01/09 00:01
Tag 의사와대화하기

설명을 잘 안 해주는 의사들

암을 진단받고 나서 투병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불만은 누가 뭐래도 의사들이 설명을 잘 안 해준다는 점이다. 지금의 병 상태가 어떠한지, 주의해야 할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앞으로는 예후는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것들이 너무나 많아,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듣고 싶은데, 의사들은 회진 와서도 별 이야기 안하고 휙 가버리곤 한다. 하루 종일 병실에 입원에서 담당선생님이 언제 회진 오시나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기다림이 허무해 지는 순간이 많다. 행여나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담당선생님 회진 오실까봐 화장실도 못 가고, 자는 사이에 오셨다가 갈까봐 잠도 안자고 기다렸건만, 기껏 와서는 별 이야기를 안 하고 가버린다. 그래도 옆 환자에게는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길게 하고 가시는 것을 보면 그나마 우리에게는 별 이야기 안하고 가시는 것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여러 가지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기본적인 전제이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환자가 많다는 이유도 정당한 면책 사유가 되진 못한다. 의사에게는 분명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환자들이 느끼기에는 의사들이 설명을 잘해준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같은 의사가 보기에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권위적이거나 고압적인 의사가 있다. 환자에게 불친절하고 설명을 안 해주는 의사도 있다. 반면 같은 의사가 보기에도 감탄스러울 만치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설명을 잘 해주는 따뜻한 의사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의사 개개인의 성격 탓도 있고, 개개인의 여유시간이 다른 탓도 있을 것이다. 의사 개개인이 아는 정도나 업무량에 따른 차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의사 개개인에 따른 차이가 크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주치의 잘 만나면 충분히 설명을 듣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주치의 잘 못 만나면 설명도 잘 못 듣고 마음만 불안해진다.

이것을 단순히 의사들 개인 탓으로 돌리고 불평하며 원망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바로 우리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인 대화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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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가기 싫은 응급실 이용하기

의사와 병원 : 2008/01/08 11:18
Tag 응급실이용

죽어도 가기 싫은 응급실 이용하기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한번 가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왜 사람들이 다시는 응급실에 가기 싫어하는 지 말이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갔는데, 한번 가보면 그곳은 도저히 사람 갈 곳이 아니다. 응급실은 도때기 시장바닥보다 더 한 곳이다. 침대가 없어 신문지를 깔고 드러누운 환자들이 있고, 여기저기 아프다고 신음하는 환자들이 있고, 한구석에는 보호자들이 울고 있고, 한편에서는 술 취한 취객이 소리 지르고 있고

응급실은 아주 위급상황에 가게 되거나 혹은 외래가 문을 닫은 저녁시간이나 공휴일에 가게 된다. 응급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학병원의 응급실에 가게 되면 흔히 아래의 일들을 겪게 된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접수를 하라고 해서 접수를 했는데, 다들 바쁘고 누구 하나 나를 반겨주는 사람 없다. 누울 자리도 없고, 기약 없이 마냥 앉아서 두어 시간은 기다려야 인턴선생 얼굴을 있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억지로 피뽑고, 엑스레이 검사를 해야 한단다. 때는 여기저기 찔러대더니만, 한참을 기다려도 검사결과에 대해 누구 하나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다. 담당 선생은 도대체 누구냐고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물어 봐도 자기 관할이 아니어서 모르겠다며 자기 하기에 정신이 없다.

한참을 기다리자 머리가 부시시한 내과 레지던트라는 사람이 와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왔냐고 퉁명스럽게 물어보고 간다. 아까 인턴 선생님한테 했던 이야기를 두세 번쯤 반복해서 하는데, 말을 끊고 가타부타 말이 없이 그냥 가버린다. 싫은 소리하긴 싫었지만 몸이 아쉬운지라 입원이라도 시켜달라고 말을 꺼냈다가 방이 없다며 면박만 당했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집에 가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그냥 집에 가다가 사망 수도 있고 무슨 생기면 병원에서는 책임을 수가 없다는 무슨 각서를 쓰고 가란다. 그렇게 중한 상태면 와서 봐주던가 하지, 봐주지도 않으면서 죽을 수도 있다는 무슨 일이람

계산을 하고 가려니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젠장 응급실 와서 여섯 시간 동안 것은 피검사 밖에 없는데 검사 결과 한마디 듣고 지레 지쳐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는 죽기 전까지 응급실에는 오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고 간다.

흔히들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응급실이 이러다 보니 실제로 응급실에 와야 할 진짜 응급상황에서도 오지 않는 일 마저 벌어진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될까? 진료의 흐름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림- 응급실 진료의 흐름>

여러 단계 거치고 여러 사람 판단을 기다리는 것도 좋은데, 단계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시간을 많이 잡아 먹게 되고 환자는 지친다. 그렇다고 응급실에 오는 모든 환자를 담당교수가 처음부터 다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환자에게도 불편하고 담당교수에게도 불편한데 왜 이런 식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게 만들어 놓았을까?

한번 입장을 바꾸어 거꾸로 생각해보자. 환자 입장에서는 응급실이 죽어라 가기 싫은 곳인데 의사입장에서는 응급실은 어떨까?

의사입장에서도 응급실은 죽어라 가기 싫은 곳이다. 환자가 있으면 있어서 정신 없고, 환자가 없으면 없어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불시에 들이닥칠지 모르는 중환자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밤새 당직을 선다고 다음날 쉬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응급실에서는 종종 의료사고가 난다. 999명의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더라도 1명의 환자를 잘못 진료하면 의료사고가 난다. 의사도 사람인 이상 실수라는 것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인턴, 레지던트가 환자를 보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의학적 판단을 내리게 되면,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자기보다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물어보게 된다. 특히 인턴, 레지던트는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진료도 하면서 윗사람들로부터 한 수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실력 있는 의사가 되어가는 것이다.

동시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여러 의사들을 개입시킨다. 인턴 선생님 선에서 괜찮다며 환자를 돌려보냈다가 의료사고가 나는 일이 종종 생기면서, 대학병원에서는 인턴선생님 혼자서 환자를 보고 인턴선생님 개인 재량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을 되도록 금지하고 있다. 정말 사소한 상황이 아닌 바에는 인턴 선생님이 환자를 보고 상급자인 해당과 레지던트에게 물어보고 확인 받고 귀가조치를 하게 된다.

게다가 다음날 아침 컨퍼런스 때에는 보통 응급실 당직 보고라는 것을 한다. 그러면 당직 전공의가 교수님들 앞에서 응급실 당직보고를 한다. 그러면서 밤새 환자가 얼마나 왔는지, 환자에 대한 진료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혹 어려운 케이스가 있었다면 향후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토론한다. 교수님들로서는 밤사이에 자기 환자가 응급실에 오진 않았는지 알아보는 자리가 아침 컨퍼런스 자리이다.

“56세 남자가 호흡곤란을 주소로 응급실 내원하였습니다. 07 2월 폐암 진단 받고 항암치료 받던 환자는 3일전부터 호흡곤란이 심해졌습니다. 내원 당시 시행한 흉부엑스레이에서 우하엽에 폐렴이 새로 생겨서 어제부터 항생제 치료 시작했습니다.”

! 너 저기 심장에 물 찬 거 안보여? 얼른 심장초음파보고 pericardiocentesis (심낭천자술) 해줬어야지 무슨 항생제야 항생제는! 저 바보 같이 무식한 놈!”

대부분의 아침 컨퍼런스 자리는 살벌하기 그지 없다. 당직 보고를 하면서 환자에 대한 처치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평가 받는데, 전공의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무참하게 박살이 난다. 개새끼 소새끼 온갖 원색적인 욕을 먹는 것도 다반사이고, 너는 그 따위로밖에 환자를 못 보냐는 인격 모독까지 받게 된다.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긴 하지만 응급실 담당 전공의로서는 이중 삼중으로 힘이 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나라 의료 현실상 응급실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곳이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 응급실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나를 살려주는 그런 고마운 장소라면 얼마나 좋을까. 의사 입장에서도 응급실이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내가 살려냈다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기에 우리네 응급실은 아직 여유가 없고 의료 체계는 엉망이다.

응급실이 복잡하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그래도 필요한 경우에는 응급실에 가야 한다. 응급실에 가야 하는데 끙끙거리면서 병을 혼자서 키우다가 더 큰 화를 당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응급실에서 진료의 흐름을 이해하고 의료진들이 왜 그러는지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그나마 나쁜 감정을 덜 가지면서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응급실을 이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우리도 의료시스템이 정비되며 응급실이 고마운 장소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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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해 있는 동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담당 주치의

의사와 병원 : 2008/01/07 00:59

입원해 있는 동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담당 주치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자기와 가장 가까이 지내면서 의지하게 되는 사람은 담당 주치의인 전공의이다. 담당 주치의는 병동에 상주하며 환자의 일차적인 진료를 담당한다. 담당교수님이 24시간 환자 옆에 있어 줄 수가 없기 때문에, 담당 교수님도 담당 주치의를 통하여 많은 정보를 얻고 주치의를 의지하게 된다.

이들은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면서 간단한 문제는 직접 해결을 하고 복잡한 문제는 교수님들께 보고하고, 의논하면서 그러면서 배운다. 변비가 있으면 변비약도 주고, 열이 나면 열이 왜 나는지 검사를 하고 필요하면 항생제 치료도 직접 한다. 주치의가 보기에 자기로서 판단이 어려운 큰 문제나 중요한 문제는 상급자인 전임의나 담당 교수님과 상의를 하게 된다.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주치의는 과거 의무기록을 보고 환자의 병력을 파악하고 현재의 문제는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입원했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담당 교수님의 지시사항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교수님께서 병동에 회진을 오시게 되면 제일 먼저 주치의를 찾게 된다. 주치의에게 환자의 그날 그날 상태를 보고 받고 중요한 피검사나 CT결과 등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는다. 그 뒤 환자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무슨 약을 쓸지 수술을 할지 치료 계획을 세운다. 치료의 큰 틀은 교수님께서 잡으시고 세세한 작은 부분은 주치의인 레지던트들이 잡아 나간다. 그러면서 레지던트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치료하는 거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두말 할 것 없이 입원해 있는 동안만큼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주치의다. 담당 교수님도 물론 중요하지만, 입원해 있는 동안에 담당 주치의는 담당 교수님이 직접 해주실수 없는 부분을 직접 챙겨주는 엄마와 같은 사람이다. 따라서 입원해 있을 때에는 주치의와 좋은 관계를 맺어 두는 것이 여러모로 나에게 유리하다.

물론 우리는 누구나 다 사람인 이상 상대방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에 의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몸이 힘든 상황에서는 사소한 일들에도 상처를 받기 쉽고, 뜻하지 않게 주치의에게 상처 받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주치의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그래도 인간관계란 항상 상호적이고 상대적인 것임을 잊지 말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그냥 마음에 안 들어도 환자는 약자이니 강자인 의사 앞에서 참으라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고, 서로 존중하면서 가급적 많은 대화를 나누라는 의미이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안 든 부분도 이해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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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 받을 때- 병원 시스템을 알아두자

의사와 병원 : 2008/01/06 00:25
Tag 병원시스템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 받을 때- 병원 시스템을 알아두자

항암치료는 외래에서 하기도 하고 입원해서 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 입원해서 항암치료하고 어떤 경우에는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하는지는 환자의 몸 상태와 항암제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이다. 외국의 경우 입원료가 워낙 비싸서 환자들이 입원대신 외래에서 반나절 정도 주사 맞고 가는 것을 선호하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입원해서 항암주사 맞기를 선호한다. 입원료가 여관비보다 싼 이유도 있지만, 지방 환자의 경우 서울에 연고가 없다면 외래를 왔다갔다 하면서 항암주사 맞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암보험이 입원하면 하루당 얼마 하는 식으로 돈을 주어서 입원을 선호하기도 한다.

여러 번 입퇴원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병원 돌아가는 시스템도 알게 되고 요령도 알게 되지만, 입원 생활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입원하면 병동 안내를 하고 입원생활 안내를 해주는 간호사를 만나면서 병원생활이 시작된다. 간호 인력에는 수간호사, 담당간호사, 간호 조무사가 있다. 수간호사는 병동에서 가장 높은 간호사로 간호 인력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담당간호사는 환자에게 직접 약을 주고, 몸 상태에 문제는 없는지 직접 챙기는 간호사이다. 내 몸이 불편한 것에 대해 담당간호사에게 이야기 하면 주치의에게 보고하게 되어있다. 물론 담당 주치의에게 직접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간혹 담당주치의가 병동을 비우는 경우도 있으므로 병동에 늘 상주하고 있는 담당간호사에게 이야기 하면 된다. 담당간호사는 데이, 이브닝, 나이트 3교대 근무를 한다. 따라서 나의 담당 간호사는 하루에 3번 바뀌게 되어있다.

내 담당이 누군지를 모르게 되면 입원생활을 하는데 조금은 불편하게 된다. 내 담당이 누구인지 이름 정도는 알아 두는 것이 좋다. 내 담당이 아닌 다른 간호사에게 이야기 해봐야 자기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말을 전해주는 정도밖에 안 된다. 병원이라는 곳은 항상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곳이기 때문에 담당이 정해져 있고, 나를 담당하는 간호사, 의사가 누군지 알아두고 있으면 여러 번 이야기 하는 수고를 안 해도 되고 일도 빨리 빨리 진행된다.

의학적인 문제뿐 아니라 의학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담당간호사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 가령 2인실을 쓰는데 옆 환자가 너무 시끄럽다던가, 다인실로 방을 바꾸었으면 싶다던가, 방이 너무 춥다던가, 음식이 너무 짜다던가 하는 사소한 일들도 내 담당 간호사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 아무래도 의사들은 병원의 행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의학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간호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낫다.

<그림- 의료진의 구성>

입원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는 간호진 외에 의사진이 있다.

외래에서 계속 만나던 담당 교수님 외에 입원하게 되면 만나게 되는 의사진에는 전임의, 전공의, 인턴 선생님이 있다. 전임의 선생님은 임상강사 혹은 펠로우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레지던트 4년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세부 전공을 더욱 수련 받기 위해 1-2년 정도 더 병원에서 일하는 분이다. 같이 회진을 돌고 환자의 진료에 참여하며, 교수님이 안 계실 때에는 교수님을 대신하여 진료에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그 밑으로는 담당 주치의가 병동에 있다. 레지던트라고 불리우는 전공의들이다. 전공의 1년차 혹은 2년차가 병동 주치의가 되는데, 입원생활을 하는 동안 만큼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주치의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자.

진료팀의 가장 막내로는 인턴 선생님이 있다. 이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갓 의사가 된 사람들이다. 흔히들 인턴 선생님은 의사가 아닌 줄 알고 홀대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이들도 엄연한 의사이고 진료팀의 일원이다. 물론 임상경험이 많지 않아 진료에 있어서는 사실 큰 역할을 하진 않는다. 주로 상처소독, 간단한 수술이나 CT 촬영의 동의서, 콧줄 삽입, 동맥피검사 등의 일을 한다. 병원에서 가장 막내이지만 이들이 없으면 병원이 운영되지 않는다. 병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도 마다 않는 고마운 존재이다.

이외에도 병원에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 환자운반 해주시는 아저씨, 전기 수리공 아저씨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가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기에 병원이 굴러간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병원에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떤 시스템으로 병원이 운영되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어야 병원 생활 하기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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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기 전에 종이에 적어가지고 오자.

의사와 병원 : 2008/01/05 00:30
Tag 병원와서할일

잊어버리기 전에 종이에 적어가지고 오자.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내 진료 순서가 되어 막상 외래진료를 보게 되면, 선생님께 물어봐야지 하고서 질문 거리를 생각해두고 있다가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외래 진료실에서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긴장하고 있다가 깜빡 질문을 잊어버리고 그냥 나와버린다. 외래보고 나오면서 아 그거 물어봤어야 하는데…’ 하게 된다. 이미 다른 환자 진료 중인데 다시 문 열고 들어가서 물어보자니 미안하고, 그렇다고 그냥 집에 가자니 다음 외래 볼 때까지 불안하다. 급한 마음에 담당 간호사에게 슬쩍 물어보았지만, 간호사도 대답하기가 어려운가 보다.

이런 일은 나이 들어서 기억력이 감퇴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니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진 말자. 젊은 환자들도 자주 깜빡깜빡 한다. 담당선생님을 만나는데 긴장이 되고 혹시라도 안 좋은 이야기하면 어쩌나 싶어서 귀를 쫑긋하고 있다 보면 막상 물어 보고 싶었던 말은 까먹기 쉽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럴 때는 질문지를 적어가지고 오자. 어짜피 외래 진료 보기 위해 의자에 앉아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많으니 기다리는 동안 질문할 것을 종이에 적어보자. 담당의사로서도 질문지를 적어가지고 오면 편하다. 오히려 진료시간도 단축되고 좋다.

인터넷이나 신문기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프린트 해서 가지고 오자. 그 동안에 어떻게 지냈는지를 적어오는 것도 좋다.

외래에 오면 진료의사가 환자에게 궁금해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 그 동안 집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 지난번 치료 받고 힘들진 않았는지

- 새로 생긴 증상은 없는지

이런 것들을 궁금해 하는 이유는 S 때문이다. 의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외래에서 환자를 보고 의사들은 S O A P 형식으로 경과기록지를 쓰게 된다. S O A P가 무엇이냐면

S: subjective의 약자로 통증과 같은 환자가 느꼈던 주관적인 증상

O: objective의 약자로 혈액검사나 CT 결과 같은 객관적인 검사 결과

A: assessment의 약자로 평가와 진단

P: plan의 약자로 치료 계획

즉 외래에서 담당의사는 그 짧은 시간에 S O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가 어떤지 평가를 내리고 (A) 이를 토대로 향후 어떻게 할지 계획 (P)을 짜게 된다. 이중 환자가 의사에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S이다. 의사들은 환자가 이야기 해주는 S에 관심이 갈수밖에 없다.

새로운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반드시 말해야 한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던가, 허리가 아프다던가, 자꾸 설사를 한다던가, 손끝이 저리기 시작한다던가, 마른 기침이 나온다던가 하는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말해야 한다. 의사가 먼저 물어보기를 기다리는 환자도 있는데, 이렇게 소극적일 필요는 없다. 의사가 그 짧은 외래 시간에 당신의 모든 것에 대해 다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담당 주치의에게 반드시 말해야 한다. 가령 예를 들어 항암치료 받던 도중 새로 두통이 생겼다면, 뇌전이의 첫 증상일 수도 있으니 머리 MRI 검사를 해봐야 할 수도 있다. 원래 그런 것이려니 괜찮으려니 하고 이야기 안하고 있다가 놓쳐서는 안 된다.

가장 주관적인 증상인 통증의 경우에는 숫자로 표현해서 말하면 좋다.

아픈 것은 좀 어떠세요?”

이렇게 질문을 하였을 때

조금 좋아졌어요.”

이렇게 대답하기보다

지난번에 제일 아팠을 때가 100점이라면 지금은 60점 정도로 좋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아프긴 아프네요.”

이런 식으로 대답하면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가 훨씬 편하다. 주관적인 증상에 점수를 매겨보자.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외래에서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었던 이야기들, 피검사 수치들, 다음 피검사 해야 하는 날짜, 다음 외래 오는 날. 이런 것들을 한데 묶어서 수첩이나 일기로 만드는 것도 좋다. 병원 일이라는 것이 은근히 절차가 복잡해서 베테랑환자가 되기 전까지는 깜빡 깜빡하기 쉽다.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면 병원 생활이 훨씬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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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일들

의사와 병원 : 2008/01/04 00:30

병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일들

외래진료를 오게 되면 3시간대기 3분 진료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오래 기다리게 된다. 특히 대형병원의 유명한 교수님 진료를 받으려면 외래보기 전 기다리는 것을 단단히 각오하고 와야 한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이 시간들을 잘 활용해 보자. 어짜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니 책을 가져와서 독서를 해도 좋고, MP3에 음악을 담아와서 음악을 들어도 좋다. 같이 기다리는 환자가 있으면 옆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처지가 비슷한 환자들이니 만치 삶의 위안도 얻을 수 있고, 가끔 베테랑 환자들을 만나면 병원생활에 은근히 유용한 꼼수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잘못된 정보를 주고 받는 경우도 있지만, 힘든 투병생활을 털어 놓으면서 서로간에 심리적인 위안을 얻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동병상련이다.

항암 주사를 맞는 도중에도 시간이 참 안 간다. 침대에 누어서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는 항암제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대부분 서글픈 마음만 든다. 저 약이 내 몸 속으로 들어가면 암세포들이 죽을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 고약한 병에 걸려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사는 것이 꿈만 같고, 서글퍼 진다. 종교가 있는 환자분들은 기도라도 하면 좋은데 의외로 집중이 잘 안 된다. 잠을 청해도 잠이 잘 안 온다. 그러다 보면 더 메슥거리는 것 같고 힘이 든다.

아무 준비를 안하고 그냥 와서 마냥 기다리면 왜 이렇게 많이 기다려야 하냐며 짜증만 난다. 멍하니 TV만 보면서 시간을 죽이지는 말자. 시간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실제적인 증거이다. 아니 시간은 곧 우리의 삶이다.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듯이,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며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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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의사에게 어떤 환자인가

의사와 병원 : 2008/01/03 10:06

당신은 의사에게 어떤 환자인가

논어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 군군 신신 부부 자자

이 글은 현실적 인간 관계를 중요시 여기던 공자의 정명론 사상의 핵심이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 전국 시대는 극심한 혼란의 시대였다. 이 극심한 혼란의 시대에서 질서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공자가 고심고심 끝내 내놓은 처방이 바로 君君 臣臣父父 子子 였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자기 스스로의 본분에 충실 할 때에 관계가 바로 서고 사회가 원활히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공자는 강조하였다. 거꾸로 사람이 OO답지 못하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지게 되어있다.

이를 진료실에 적용시켜보면 의사는 의사다워야 하고 환자는 환자다워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럴 때에 바로 의사 환자 관계가 바로 설 수 있고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다.

한번은 우리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있는데, 진료도중에 딸깍하는 소리가 들려서 무어냐고 했더니 다름아닌 녹음기였다. 순간 당황한 교수님께서 녹음하지 말고 녹음기 끄라고 하셨다. 그랬더니 보호자가 하는 말이 당신이 지난번에 한 이야기도 모두 녹음해 두었으니 나중에 발뺌하거나 거짓말 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우리 교수님은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당신이 무슨 범인도 아니고 취조 받는 것도 아닌데 녹음기를 들이 밀면서 발뺌 하거나 거짓말 할 생각을 하지도 말라니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보호자에게 반협박까지 받아가며 무슨 진료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보호자가 녹음기를 들이대며 이렇게 나올진대 이런 사람들에게 살갑게 인간적으로 대해줄 사람은 없다. 인간관계는 항상 상호적이기 때문이다.

그 보호자는 보호자의 본분이 환자가 투병생활 하는데 있어 정신적, 신체적, 물질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의사의 본분이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임을 잊은 듯 싶었다. 보호자라는 사람이 환자가 나빠지기만을 바라는 것 같았다. 나중에 나빠지면 그때에 녹음해둔 테이프를 들이대며 딴 소리 못하도록 협박하는 것이 보호자의 소임으로 생각했었나 보다.

의사는 의사다워야 하고 환자는 환자다워야 하고 보호자는 보호자다워야 한다. 환자면 환자답게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말고, 꿋꿋하게 열심히 치료를 받으면서 자기 병과 맞서 싸워나가야 하고, 또 의사와 보호자는 이런 환자를 성심 성의껏 잘 도와주어야 한다.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을 믿고 잘 따라주며 열심히 투병생활 하는 환자다운 환자에게 더 정성이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을 보며 의사가 사람을 차별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환자답게 열심히 치료 받는 환자에게 한번이라도 더 손길이 가는 것은 인지 상정이다.

물론 의사는 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는 기본적인 소양의 문제이다. 하지만 의사도 사람이기에 머리로는 공평하게 대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유난히 정이 더 가는 환자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환자다운 환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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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들과 거리감이 느껴져요.

의사와 병원 : 2008/01/02 06:48

의사선생님들과 거리감이 느껴져요.

일반적으로 의사가 되기까지 의사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겪게 된다. 의사가 맞이하는 죽음도 마찬가지여서 별별 희한한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야만 비로소 의사가 되는 것이다.

냉정하게 볼 때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면 아무리 충격적인 일도 쉽게 잊곤 한다. 특히 의사라는 직업은 더욱 그렇다. 직업상의 이유로 늘 죽음을 접해야 하기 때문에 남의 죽음에 둔감한 편이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감정을 너무 많이 이입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자기가 힘들어 못 견디기 때문이다. 이것을 Burn out 현상이라고 한다. Burn out 현상이란 환자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고 하다 보면 의사 스스로가 힘들어져서 넉다운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종양내과 의사들이 그렇다. 이들은 다른 어떤 의사들 보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봐야 한다. 그것도 애정을 가지고 치료했던 자기 환자들이 죽는 것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보통의 사람이 경험하게 되는 죽음이 보통 가족들의 죽음과 나이 들어서는 친구들의 죽음 정도인데, 자기 환자들이 죽는 경험을 수 십년 동안 계속 하게 된다면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의사들은 의도적으로 환자와 거리를 두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환자들의 감정을 다 받아들이고 환자들의 감정을 다 느끼게 되면, 괴로워서 의사생활을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후배 한 녀석도 내과 전공의를 하다가 그만 두었다. 너무나 환자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내 가족처럼 잘 해주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가족처럼 잘해주는 것이 문제였다. 그 후배는 자기 환자가 죽으면 식음을 전폐하고 당직실에 콕 쳐박혀서 눈시울이 벌개져서 나오곤 하였다. 똑똑하고 성실한 녀석이었는데 환자의 죽음 앞에서 상처를 너무 받았다. 그리고 자기 환자가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의사로서 자기는 너무나 무기력하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결국 그 친구는 자기 환자가 죽는 것에 대해 노이로제가 걸렸다. 지금은 소식이 끊어져 무얼하고 지내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병리과나 진단검사의학과 등 직접 환자를 안보는 과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워낙 똑똑하고 성실한 녀석이었으니까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더라도 잘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의사들은 환자들과 자기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찾는다. 그 거리가 의사들마다 다르고, 또 환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와 자기의 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가깝지가 않아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기를 은연중에 기대했는데, 너무나 쌀쌀 맞은 의사들의 모습에 실망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미안하지만 조금만 이해해주자. 의사들도 처음부터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흔히 환자분들은 의사가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주기를 바란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의사입장에서는 특히 암을 전공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가족 같은 사람은 수 백명 아니 수 천명 떠나 보내야 한다. 일반인들은 가족과 사별하는 아픔이 기껏해야 몇 번이지만, 의사들은 가족처럼 대하던 애정 어린 내 환자와 사별하는 아픔을 수 백번 아니 수 천번 겪어야 한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그 죽음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 의사인 나도 무엇이 정답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들이 나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당연하다. ? 나는 환자니까. 나는 아픈 사람이니까의사들도 안다. 환자들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지. 다만 표현하는 수위는 의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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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의사를 정했으면 믿어라.

의사와 병원 : 2008/01/01 08:01

담당의사를 정했으면 믿어라.

옛 속담에 결혼하기 전에는 상대방을 현미경으로 보고 결혼하고 나서는 망원경으로 보라는 말이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꼼꼼하게 상대방의 장단점을 요모조모 따져보고 골라야 하지만, 일단 결혼을 하고 나서는 상대방의 결점이나 단점 등이 보이더라도 못 본 척 하면서 상대방을 믿고 노력하며 지내라는 말이다.

또 채근담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信人者 人未必盡誠 己則獨誠矣

疑人者 人未必皆許 己則先許矣

사람을 믿는 사람은 남이 그에게 진실하지 않더라도 자기자신만은 남에게 진실하다.

사람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이 그를 속이지 않더라도 자기자신만은 이미 남을 속인 것이다.

담당의사를 정한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 고민고민 끝에 담당의사를 정했다면 믿어야 한다. 사람을 자꾸 믿지 못하고 의심하게 되면 스스로부터가 진실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담당의사를 정했으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의사 환자 관계뿐 만이 아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일에 있어서 다 마찬가지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그러하고 친구 사이에서도 그러하다. 서로 협력자의 관계를 유지하고 동반자적인 관계를 맺어 나갈 때에는 상대방을 믿어야 한다. 게다가 자기의 몸을 맡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의환유신 (醫患有信)

의환유친 (醫患有親)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자기의 소중한 몸을 맡기면서도 의사에게 믿음이 안 간다면 마음 한 구석으로는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는가. 담당의사를 정했으면서도 믿지 못한다면 서로간에 슬픈 일이다.

물론 우리 의료현실을 볼 때 의사와 환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아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정한 내 담당의사라면 믿는 편이 의심하면서 불안해 하는 편 보다는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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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허준 같은 명의는 없다.

의사와 병원 : 2007/12/31 09:20

요즘 시대에 허준 같은 명의는 없다.

옛날에 허준이라는 MBC 드라마가 있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국민들을 열광 시켰다. 드라마 속에서 허준의 손길만 닿으면 모든 환자들이 다 나았다. 하지만 허준이라는 의사에 국민들이 열광한 이유는 동양의학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었다. 출세나 자기 몸보다 환자의 몸을 더 생각하며 진료를 하였던 의 모습을 보며 현대 의학에서 결여되어있는 보살핌이라는 덕목을 국민들이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은 아직도 허준과 같은 명의를 찾는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은 허준 시대의 의료가 아니다. 예전에 비해 보살핌이라는 덕목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현대의학은 최첨단 의료 장비라는 무기들로 중무장해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전문화와 분업화이라는 기본적인 대전제가 깔려있다. 인간적인 보살핌의 부족은 여전히 현대의학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현대의학이 존립하는 기반은 실제로 좋은 치료 성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요즘같이 전문화 분업화된 의료현실에서 허준 같은 명의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다만 명진료팀이 있을 뿐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진료팀을 이루는데 얼마나 우수한 전문가들이 모이냐에 따라서 그 병원의 암치료 성적이 달라진다. 그것이 현대의학의 특징이다. 보살핌이라는 덕목을 깍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의료가 전문화 세분화 되면서, 허준 시대처럼 의사 혼자 팔방미인이 되어 모든 것을 혼자 다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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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신드롬

의사와 병원 : 2007/12/30 00:11
Tag 명의, 선택, 의사

명의 신드롬

누구나 좋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한다. 특히 암환자라면 내 병이 중한 만큼 좋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한다. 당연한 마음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 중에 의사라도 있다면 내 병에는 어느 병원 어느 선생님이 유명한지를 묻게 된다. 소위 명의를 찾아 이 병원 저 병원 철새처럼 돌아다니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토록 선호하는 명의란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명의를 찾게 되는가?

일반적으로는 명의라고 할 때 아래의 기준에 의해 평가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1)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 (즉 연륜이 있는 의사)

2) 학문적인 업적이 뛰어난 의사 (즉 논문을 많이 쓴 의사)

3) 학계에서 권위가 있는 의사 (즉 동료의사들로부터 인정 받는 의사)

4) 인격을 갖춘 의사 (즉 환자를 내 가족같이 대해주고 마음이 따뜻한 의사)

이중 1)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나 2), 3)은 전문가들만이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고, 4)는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내기가 어려운 항목이다.

남들이 어느 병에는 아무개 선생님이 좋다더라 할 때 어떤 기준에서 좋은지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4)번 항목의 측면에서 좋은 것인지, 아니면 4)는 별로라도 1), 2), 3)이 좋다는 것인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1) 2) 3)이 좋으니 4) 의 측면도 좋을 것이라고 혹은 4) 가 좋으니 1) 2) 3)의 측면도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는 실망을 하기 쉽다. 1) 2) 3) 4)는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상에서는 명의를 평가해주는 사이트가 꽤 많다. 명의를 골라주는 웹사이트에 가보면 무슨 병에는 아무개 선생님 하는 식으로 명의를 추천해준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선정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같은 대형 언론사에서도 간혹 베스트 닥터이니 하는 기사를 통해 명의를 소개하곤 한다. 이런 언론사에서는 명의 선정의 기준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당신의 가족이 OO병에 걸린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진료를 맡기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가장 많은 표를 받는 의사를 베스트 닥터로 선정한다. 그러니까 일간지에 보도되는 베스트 닥터는 동료의사들이 선정해주는 명의이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명의와 환자들이 생각하는 명의는 조금 다르다. 그러다 보니 4) 보다는 1), 2), 3)이 평가에 반영된다. 신문 기사를 보고 유명하시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4) 의 측면에서 실망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내가 의사를 선택할 때에도 1), 2), 3), 4) 중 어느 것에 가장 우선순위를 둘지 정해야 한다. 이것은 내가 정해야 한다. 아는 의사들에게 그 분야의 명의가 누구냐고 물어보고 추천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느 부분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두는지 곰곰히 살펴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환자들에 따라서는 실력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환자도 있고, 반대로 인간적인 면 보다는 실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환자도 있다.

유명한 병원에 계신 선생님들이 실력이 있겠지. (name value)‘

젊은 의사들이 최신 치료에 대해 더 잘 알지 않을까.’

이정도 큰 병원에 계신 분들이라면 실력은 다들 비슷비슷할 것 같고, 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의사가 좋아.’

의사인 내 친구가 말하길 아무개 선생님한테서 치료 받아야 한대. 나는 내 의사친구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겠어.’

지방에 있는 작은 병원에 계신 선생님이지만, 나를 오랫동안 치료해 주셔서 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우리 선생님께서 잘 아시니까, 나는 우리선생님을 주치의로 삼을꺼야.’

주치의를 고를 때에는 내 나름대로의 판단기준이 있어야 한다.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내 인생은 내 것이고 내가 사는 내 인생이다. 남들이 명의라고 해서 남들의 판단 기준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 자기에게 맞으면 명의이다.

Posted by 김범석 bhum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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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전문의를 찾자

의사와 병원 : 2007/12/29 11:32

암 전문의를 찾자

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암 전문의를 찾아 가야 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뇨병에 걸리면 내과에 가고,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면 흉부외과에 가고, 애를 낳으려면 산부인과를 찾아가야 하는 것처럼 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암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을 왜 당연한 일이라고 재차 강조하냐 하면 당연한 일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 전문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암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 방사선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방사선종양학과의사, 항암화학요법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혈액종양내과의사, CT MRI를 전문적으로 판독해주는 진단방사선과의사 등 여러 종류의 의사가 있다.

대부분의 큰 병원에서는 이런 전문의들이 모여서 하나의 진료팀을 이루고 있다. 이들 진료팀은 서로 모여 컨퍼런스도 하고 협진 의료체계를 구축하면서 환자를 포괄적으로 진료하게 된다.

요즘 세상에서는 명의는 없다. 다만 명진료팀만 있을 뿐이다. 나 혼자 아무리 잘 났어도 내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으므로 혼자만 잘나서는 명의가 될 수 없다. 각 분야의 암전문가들이 모여 유기적인 협진이 이루어지고 토론과 협력을 바탕으로 환자에 대해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진료기 이루어질 때 암을 전문으로 하는 명 진료팀이 될 수 있다. 이를 어려운 말로는 다학제적 접근 (multidisciplinary approach)라고 한다.

그래서 대형 병원에서는 경험이 많은 암 전문의들이 한데 모여서 환자의 상태에 대해 종합적으로 토론하고 어떻게 치료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컨퍼런스를 자주 열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외래를 같은 날 함께 보기도 한다. 그 근간은 각 분야의 전문성이다. 각자의 전문성이 없으면 다학제적 접근도 협진도 명진료팀도 없다.

그런데 간혹 이런 각자의 전문성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외과에서 항암치료를 하거나 산부인과에서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 등이 그런 경우이다. 항암치료는 본래 혈액종양내과 의사가 전문으로 하는 분야이다. 항암치료는 항암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 이는 맹장수술을 외과의사에게 받아야 하고, 애기 낳기 위해 산부인과로 가야 하는 것과 같다.

더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수 십년 째 밥 먹고 항암치료만 전문으로 해온 사람과 본업은 수술인데 부업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사람 중에서 누가 더 항암치료를 잘할 것인가. 이는 내과 의사와 외과 의사 중 누가 수술을 더 잘하나 혹은 내과 의사와 산부인과 의사 중 누가 더 애를 잘 받나 하는 것과 같은 질문이다.

자칫 의사들이 밥벌이 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밥벌이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히 전문성의 문제이다. 항암주사는 부작용이 많아서 소화제처럼 아무나 막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혈액종양내과의사여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 가족들 내 친척들이 항암치료 받을 일이 생기면 난 꼭 혈액종양내과의사에게 모시고 왔다. 동네 가정의학전문의에게 가서 암을 치료해달라고 해서는 안되듯이 말이다.

암 치료는 당연히 암 전문가에게 받아야 한다. 암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자기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으니. 그 해당 전문 분야의 선생님에게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항암치료에 있어서는 말이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각 전문가로 구성된 진료팀을 유기적으로 운영하여 환자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포괄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osted by 김범석 bhum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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