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구 올려주는 음식
백혈구 수치를 빨리 올리려면 무얼 먹어야 해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대학병원의 큰 문제가 3시간대기 3분 진료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분들이 진료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옆에 앉아있는 같은 처지의 환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정보도 교환하게 되고, 나만 이런 나쁜 병에 걸린 것이 아니구나 나보다 더 심각한 사람들도 많이 있구나 위안도 받는다. 심지어는 서로 친구가 되어 연락처를 주고 받기도 한다.
그런데, 진료실 안에 있다 보면 굳이 나가보지 않더라도 진료실 밖 대기실에서 별별 이야기들이 다 오고 가는 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아무개 선생님은 쌀쌀 맞다던가.
- 무슨 병에는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한다던가.
- 피검사 빨리 나오게 하려면 어찌어찌 해야한다던가
- 항암치료후 머리 빠지면 OO회사 가발이 좋다더라.
- 항암주사 맞는데 혈관이 안 좋으면 케모포트라는 것이 있다더라
그런데 간혹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 별별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들이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명약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경우가 백혈구 수치가 회복이 안되는 경우이다. 지방에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항암주사 맞을 준비 다 하고 KTX타고 외래 시간 늦을까봐 부랴부랴 큰 병원까지 왔는데, 백혈구 수치가 모자라다고 오늘은 항암주사 못 맞으니 그냥 가고 1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할 때 환자로서도 참 기운 빠지고 답답한 노릇이다. 특히 항암주사를 여러 번 맞게 되면 아무래도 약이 누적되어 점차 백혈구 회복이 더뎌지게 된다. 병원 왔다가 백혈구 수치 때문에 항암주사 못 맞고 퇴짜를 받아 헛걸음 하는 일이 빈번해진다.
의사들이라고 해서 먼 길 고생해서 온 암환자들을 그냥 돌려보내고 싶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백혈구 수치를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백혈구 수치는 독한 항암주사 맞고 가서 몸이 회복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유용한 지표이다. 본인이 스스로 느끼기에 불편한 점이 없고 컨디션이 좋다고 느껴도, 백혈구 수치가 낮다면 우리 몸은 아직 지난번 항암치료에서 회복이 덜 된 것이다. 둘째 백혈구 수치가 회복이 안되었는데, 항암치료가 무리해서 들어가면 백혈구 수치가 더 심하게 떨어지고, 이때 균감염이 되면 치명적인 패혈증이 올 수 있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에게던 환자에게던 백혈구 수치는 민감한 부분이고, 환자들 사이에서는 각종 음식들이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명약으로 둔갑하고 있다. 사골국물을 먹으면 뼈 성분이 우러나와서 골수회복이 잘되고 골수에서 백혈구를 잘 만들어낸다던가, 백김치나 무 같은 흰색음식을 먹으면 백혈구 회복이 잘 된다던가….
하지만 죄송한 이야기지만 음식으로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묘한 비책은 없다. 백혈구 촉진 주사와 시간만이 방법이다. 사람이 기다릴 때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임신 중에 있는 뱃속의 아기를 아무리 빨리 만나고 싶어도, 7개월 밖에 안된 아기를 제왕절개로 꺼내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이 급하다고 내 몸은 아직 항암치료에서 회복되질 않았는데, 항암주사를 놔달라고 졸라서는 안 된다.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그 사이에 다른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해보자. 골고루 잘 먹고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면서 몸이 회복 동안 기다려야 한다. 백혈구 수치를 급격히 올려주는 음식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