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기 전에 종이에 적어가지고 오자.
잊어버리기 전에 종이에 적어가지고 오자.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내 진료 순서가 되어 막상 외래진료를 보게 되면, 선생님께 물어봐야지 하고서 질문 거리를 생각해두고 있다가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외래 진료실에서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긴장하고 있다가 깜빡 질문을 잊어버리고 그냥 나와버린다. 외래보고 나오면서 ‘아 그거 물어봤어야 하는데…’ 하게 된다. 이미 다른 환자 진료 중인데 다시 문 열고 들어가서 물어보자니 미안하고, 그렇다고 그냥 집에 가자니 다음 외래 볼 때까지 불안하다. 급한 마음에 담당 간호사에게 슬쩍 물어보았지만, 간호사도 대답하기가 어려운가 보다.
이런 일은 나이 들어서 기억력이 감퇴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니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진 말자. 젊은 환자들도 자주 깜빡깜빡 한다. 담당선생님을 만나는데 긴장이 되고 혹시라도 안 좋은 이야기하면 어쩌나 싶어서 귀를 쫑긋하고 있다 보면 막상 물어 보고 싶었던 말은 까먹기 쉽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럴 때는 질문지를 적어가지고 오자. 어짜피 외래 진료 보기 위해 의자에 앉아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많으니 기다리는 동안 질문할 것을 종이에 적어보자. 담당의사로서도 질문지를 적어가지고 오면 편하다. 오히려 진료시간도 단축되고 좋다.
인터넷이나 신문기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프린트 해서 가지고 오자. 그 동안에 어떻게 지냈는지를 적어오는 것도 좋다.
외래에 오면 진료의사가 환자에게 궁금해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 그 동안 집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 지난번 치료 받고 힘들진 않았는지
- 새로 생긴 증상은 없는지
이런 것들을 궁금해 하는 이유는 S 때문이다. 의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외래에서 환자를 보고 의사들은 S O A P 형식으로 경과기록지를 쓰게 된다. S O A P가 무엇이냐면
S: subjective의 약자로 통증과 같은 환자가 느꼈던 주관적인 증상
O: objective의 약자로 혈액검사나 CT 결과 같은 객관적인 검사 결과
A: assessment의 약자로 평가와 진단
P: plan의 약자로 치료 계획
즉 외래에서 담당의사는 그 짧은 시간에 S와 O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가 어떤지 평가를 내리고 (A) 이를 토대로 향후 어떻게 할지 계획 (P)을 짜게 된다. 이중 환자가 의사에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S이다. 의사들은 환자가 이야기 해주는 S에 관심이 갈수밖에 없다.
새로운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반드시 말해야 한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던가, 허리가 아프다던가, 자꾸 설사를 한다던가, 손끝이 저리기 시작한다던가, 마른 기침이 나온다던가 하는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말해야 한다. 의사가 먼저 물어보기를 기다리는 환자도 있는데, 이렇게 소극적일 필요는 없다. 의사가 그 짧은 외래 시간에 당신의 모든 것에 대해 다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담당 주치의에게 반드시 말해야 한다. 가령 예를 들어 항암치료 받던 도중 새로 두통이 생겼다면, 뇌전이의 첫 증상일 수도 있으니 머리 MRI 검사를 해봐야 할 수도 있다. 원래 그런 것이려니 괜찮으려니 하고 이야기 안하고 있다가 놓쳐서는 안 된다.
가장 주관적인 증상인 통증의 경우에는 숫자로 표현해서 말하면 좋다.
“아픈 것은 좀 어떠세요?”
이렇게 질문을 하였을 때
“조금 좋아졌어요.”
이렇게 대답하기보다
“지난번에 제일 아팠을 때가 100점이라면 지금은 60점 정도로 좋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아프긴 아프네요.”
이런 식으로 대답하면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가 훨씬 편하다. 주관적인 증상에 점수를 매겨보자.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외래에서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었던 이야기들, 피검사 수치들, 다음 피검사 해야 하는 날짜, 다음 외래 오는 날. 이런 것들을 한데 묶어서 수첩이나 일기로 만드는 것도 좋다. 병원 일이라는 것이 은근히 절차가 복잡해서 베테랑환자가 되기 전까지는 깜빡 깜빡하기 쉽다.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면 병원 생활이 훨씬 편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