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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6 비보험 항암제의 실제 사례 by 김범석 bhumsuk

비보험 항암제의 실제 사례

효과는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보험이 안 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허셉틴(Herceptin®, trastuzumab)이라는 항암제이다. 허셉틴이라는 항암제는 유방암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HER-2라는 물질을 타겟으로 하는 단일클론 항체 (monoclonal antibody) 이다.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로 정상세포에 손상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머리도 빠지지 않고, 구역질도 나지 않아 환자들이 주사 맞으면서 무척 편안해 한다. 모든 유방암에서 이 항암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HER-2라는 암단백질이 많이 나오는 유방암에서만 이 항암제를 쓸 수가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이고,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우리나라 환자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항암제이다. 이 약은 매우 고가여서 150mg 한 병에 720,490원이다. 보통 몸무게 1kg 2mg을 매주 사용하는데, 몸무게 75kg인 환자가 한달 간 허셉틴을 사용한다면 허셉틴 약값만 288만원이 된다.

허셉틴은 우리나라에서 전이성 유방암에 효과가 인정되어 조직검사에서 HER-2 발현이 있는 경우 보험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허셉틴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다른 항암제를 같이 사용해야 효과가 더 좋은데, 이런 경우 허셉틴만 보험적용이 된다. 실제 진료를 할 때에는 탁솔이라는 항암제와 허셉틴이라는 항암제를 같이 사용하게 되는데, 두 항암제를 같이 쓰면 허셉틴을 보험인정 안 해준다. 약값이 너무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료현장에서는 꼼수를 쓴다. 약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탁솔을 비보험 처리하고 비싼 허셉틴을 보험 처리한다. 그러면 보험공단에는 허셉틴만 쓴 것으로 청구가 되므로 허셉틴은 보험혜택 받아서 싼 가격에 쓸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의사들과 병원에서 부당하게 청구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안 하면 탁솔과 허셉틴 합해서 한달 약값 400여 만원을 순전히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좋은 약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약을 아예 쓸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경우 담당의사는 환자 본인에게 탁솔이 보험이 안 된다는 것을 미리 말하고, 비보험으로라도 탁솔을 사용하겠냐고 묻게 된다.

그나마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반쪽이나마 허셉틴이 보험이 되지만, 초기 유방암에서 수술 후 재발방지를 위해 보조항암치료로 사용할 때에는 허셉틴이 보험이 안 된다. 2005년 미국 임상암학회에서 이미 초기 유방암에서 보조항암치료로 허셉틴의 효과가 보고 되었다. 허셉틴은 초기 유방암에서도 재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1년 약값이 3600만원 정도 들기 때문에 선뜻 진료실에서 직접 환자에게 권하기는쉽지 않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3000-4000만원이 우습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돈 없는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된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국민 소득 2만 불이네, 강남 아파트 한채가 10억원이네 어쩌구 저쩌구 해도 주변을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평생 벌어도 3000만원이라는 돈을 만지기 힘든 사람이 많다. 게다가 3000-4000만원 더 들여서 약을 쓴다고 해서 재발을 100%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3000-4000만원을 더 들여서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초기 유방암에서 허셉틴은3년 동안 재발 안하고 생존할 확률을 75%에서 87%에서 높인다. 즉 초기 유방암환자 100명중 25명은 재발하는데 허셉틴을 쓰면 13명 재발하는 것으로 재발의 위험을 48%가량 줄인다. 분명히 효과가 있기는 있다. 다만 비용 효과면을 고려해 볼 때 수 천만원하는 고가의 항암제를 써서 효과가 그 정도 밖에 안되느냐의 문제와 그 돈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런 약은 보험공단입장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보험으로 인정해주기 어렵다.

<그림- 초기유방암에서 허셉틴의 효과를 보여주는 그래프: 허셉틴을 사용한 환자군(주황색곡선)이 허셉틴을 안 쓴 환자군 (파란색 곡선) 보다 유의하게 무병생존기간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