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1/26 뚱뚱하면 암에 잘 걸린다. (1) by 김범석 bhumsuk
  2. 2007/11/14 가족중 결정권자 by 김범석 bhumsuk
  3. 2007/11/07 서로 속이기 by 김범석 bhumsuk

뚱뚱하면 암에 잘 걸린다.

 

 

예전에 헐벗고 굶주리고 못 먹던 시절에는 통통한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조선시대 미인도를 보더라도, 통통한 얼굴이 그 당시에는 미인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뚱뚱한 사장님의 뱃살은 후덕함의 상징이었고, 얼굴에 볼살이 많으면 관상학적으로 돈복이 많다고 여겨지기도 했었지요. 

 

<그림- 신윤복의 미인도>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요즘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날씬한 것이 미()의 기준이고, 뚱뚱한 것은 추()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의사들의 관점으로 볼 때 비만은 전세계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미국을 보면 그 이유를 잘 알 수 그렇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 갔었을 때, 놀랐었던 것은 미국인들의 엄청난 살이었습니다. 비행기 타면서 혼자 두자리 예약해서 가운데 있는 팔걸이를 뒤로 제치고 한사람 앉는 자리에 엉덩이 한쪽씩 걸치고 두명 자리에 혼자 앉아서 가는 뚱뚱한 미국인을 보면서 참 놀랐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이렇게 뚱뚱하다보니, 미국은 당뇨,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관절염 같은 온갖 만성병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미국의 학회장에 가보니, 의사들 중에서는 그렇게 뚱뚱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상류층일수록 운동도 하고 자기관리도 하고 야채도 많이 먹어서 뚱뚱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난한 흑인일수록 피자, 햄버거, 콜라 같은 고칼로리 정크푸드를 많이 먹게 되어서 뚱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몸매를 보면 잘 사는 사람인지, 못사는 사람인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림- 최근 미국의 비만이 얼마나 심각해 졌는지를 나타내주는 그림. 불과 10여년 사이에 비만인구가 급증하였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와 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자료 출처 미국 질병관리본부>


 

 이러한 비만은 잘 알려진대로 당뇨,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성인병, 심혈관계 질환의 주범입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비만은 암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미 많은 역학 연구에서 비만과 암의 상관관계가 밝혀졌고, 뚱뚱하면 암에 잘 걸립니다.  물론 뚱뚱하다고 모든 암이 다 잘 생기는 것은 아니고,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식도암이 특히 비만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립되어 있습니다.1) 이외에도 담낭암, 난소암, 췌장암도 비만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많은 연구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1)


 우리나라의 연구 결과에서도 비만은 많은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78만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던 연구2)에서는 비만의 지표인 BMI가 늘어날수록, 대장암, 간암, 담도암, 전립선암, 신장암, 소세포폐암, 임파종, 흑색종의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폐경 후 여성들의 비만은 각종 여성암과 관련성이 매우 높았습니다.3) BMI 30이상인 여성들은 BMI가 정상(23미만)인 여성에 비해 암 발생률이 23% 가량 높았습니다.

 

비만도는 BMI라는 지표를 이용하여 판정합니다. BMI를 구하는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BMI = 몸무게 (kg)/{키(m)*키(m)}

 

서양기준으로는 25가 넘으면 과체중 (over weight)이라고 하고 30이 넘으면 비만(obese)라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양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23, 25가 과체중, 비만의 기준이 됩니다.

 

서양기준

동양기준

<18.5  저체중

18.5 ~ 24.9 정상체중

25.0 ~ 29.9 과체중  

>30.0  비만

<18.5  저체중

18.5 ~ 22.9 정상체중

23.0 ~ 24.9 과체중  

>25.0  비만

 

자신의 BMI를 알아 보고 싶으면 여기로 가세요

http://www.365homecare.com/calculator/CALDI0101.html

 

비만 자체가 직접적으로 암의 원인인지, 비만이 암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과 연관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에는 명백하게 뚱뚱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발생 확률이 높습니다.

 

 

뚱뚱하면 암에 잘 걸릴 뿐 아니라, 암에 걸리고 나서도 오래 못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미국의 MD Anderson cancer center에서 나온 유방암과 비만에 대한 보고4),5)에 의하면 BMI 30이상의 유방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항암치료 후 완전관해도 적었고, 생존률도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이런 논문이 발표되고 나서, 유방암 환자분들 중에서 살을 빼야 되는 것 아니냐며 힘든 항암치료 도중에 다이어트 한다고 식사를 잘 안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암치료 도중에는 잘 먹고 체력을 길러서 힘든 항암치료를 이겨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살 뺀다고 밥도 잘 안 먹으면, 몸에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외국 논문에서 뚱뚱하면 암치료 성적이 떨어진다고 했던 그 뚱뚱함의 기준은 보통 BMI 30이상인 경우입니다. 키가 160cm라면 77 kg이상에 해당하는 분들입니다. 고도 비만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렇게까지 뚱뚱한 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분들 중에서 꼭 살을 빼고 싶으시다면 항암치료 끝난 후에 살을 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살을 빼려고 마음 먹었을 때에는 무조건 안 먹어서 빼려는 것 보다, 칼로리를 줄이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많은 분들이 올해에도 살을 빼보리라 마음 먹었을 것입니다. 작심삼일의 의지도 꺼져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도 살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만은 성인병 뿐만 아니라 각종 암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References>

 

1. http://www.cancer.gov/cancertopics/factsheet/risk/obesity

2. Oh SW, Yoon YS, Shin SA. Effects of Excess Weight on Cancer Incidences Depending on Cancer Sites and Histologic Findings Among Men: Korea National Health Insurance Corporation Study. J Clin Oncol  2005; 23(21):4742-4754

3. Song YM, Sung J, Ha M. Obesity and Risk of Cancer in Postmenopausal Korean Women. J Clin Oncol 2008: 26(20);              3395-3402       .

4. Litton JK, Gonzalez-Angulo AM, Warneke CL, et al. Relationship between obesity and pathologic response to neoadjuvant chemotherapy among women with operable breast cancer. J Clin Oncol 2008 Sep 1;26(25):4072-7.

5. Dawood S, Broglio K, Gonzalez-Angulo AM, et al. Prognostic value of body mass index in locally advanced breast cancer. Clin Cancer Res. 2008; 14(6):1718-25.

 

 

 


Posted by 김범석 bhumsuk

가족 중에는 결정권자가 있어야 한다.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 점심은 무얼 먹을까 하는 소소한 선택에서부터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중요한 선택에 이르기 까지 삶은 그 자체로 선택의 연속이다. 환자 진료도 마찬가지여서 진료를 하면서 늘 선택들 해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변비가 생겼는데 변비약을 드릴지 말지 같은 소소한 결정에서부터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까지 의료의 과정도 늘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항암치료를 할지 말지, 중환자실에 갈지 말지, 항암치료를 중단할지 말지, 병원을 옮길지 말지 등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생사가 오갈 수 있는 큰 결정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런 큰 결정일수록 가치판단이 개입되고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의사는 혼자서 결정할 수가 없게 된다. 주로 환자 본인과 보호자와 상의하면서 함께 결정을 내린다.

의사가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누구와 의논하는가? 가족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결정권자와 의논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가족 내 결정권자는 가족마다 다르다. 가족 구조와 집안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가부장적인 집안에서는 아버지나 큰아들이 결정권자가 되고, 민주적인 집안에서는 환자의 배우자가 결정권자가 되기도 한다.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돌봐주는 이웃이나 성직자가 결정권자가 되기도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누가 결정권자가 되어도 상관없는데 가족 중에 결정권자는 한 명 꼭 있어야 한다.

아래의 사례를 읽어보고 한번 생각해 보자.

A씨는 올해 72세가 된 폐암환자이다. 부인은 전형적인 전업주부였고, 슬하에 자녀는 2 1녀가 있다. 병원에 올 때면 늘 부부가 함께 와서 항암주사를 맞고 가곤 하였다. 큰아들은 모 대기업 이사이고 작은 아들은 미국에 유학 중이고, 딸은 전업 주부이다. 출세한 큰아들은 바빠서 자주 못 오고, 환자를 주로 간병하는 사람은 부인이고 딸이 자주 와서 엄마를 도와주곤 한다. .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이 생겨 응급실에 왔는데, 폐렴이 너무 심하게 생겼다. 담당의사는 당장 호흡을 못할 정도이니 얼른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가자고 하였다. 지금 인공호흡기를 안 달면 반나절도 못버티고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 폐암이 함께 있기 때문에 인공호흡기를 못 떼는 경우가 60% 정도라고 한다. 최선의 경우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폐렴이 좋아져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고비를 넘기는 것이다. 반면 최악의 경우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서 한 두달 연장만 하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한다. 부인과 딸로서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환자 본인에게 물어보면 좋은데 숨이 차서 의식까지 흐려진 상태이다.

A씨가 중환자실에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담당의사는 지금 당장 정하라고 한다.

저희가 뭐 아나요.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세요저희는 선생님 시키는 대로 할께요.”

환자의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가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면박만 당했다.

아니요. 이런 문제는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아까 제가 말씀 드린 것을 잘 생각하셔서 가족 분들이 상의해서 정하세요.”

최종 결정은 보호자들이 하라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응급실에 있는 부인과 딸은 발만 동동 구를 뿐 어떻게 해야 할 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 누가 결정해야 하겠는가?

1) 환자 본인

2) 부인

3) 큰아들

4) 작은 아들

5)

서로 속이기

놀랍게도 보호자들이 숨기려고 하는 그런 경우에도 보호자 없을 때 환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환자들은 이미 상당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인터넷이 워낙 좋아서 인터넷을 통하여, 병의 진행 상태와 예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기도 하다. 옆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거꾸로 환자분 본인과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몸이 아파 동네 병원을 갔다. 동네병원에서 의사가 X-ray를 보더니 덩어리가 보인다고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병이면 대부분은 암이다. 아들 내미가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제일 유명하다는 병원에 종양내과에 예약을 해왔다. 입원이 오래 걸린다는 걸 여기저기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더니만, 며칠 후에 입원을 했다. 담당 의사를 처음 만났는데, 담당의사가 보호자분 잠깐만요 밖에서 좀 뵐까요?” 하더니 손짓으로 큰아들과 부인을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한참이 지나도 안 들어 오더니만, 잠시 후 들어오는 마누라 눈시울이 붉어져 있고, 큰 아들놈이 마누라 손을 꼭 부여잡고 있다.

의사가 뭐래?”

아니당신 치료 잘 받으면 잘 될꺼래…”

그러더니 참았던 눈물 방울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바보가 아니라면, ‘! 내가 큰 병에 걸렸고, 상태가 무척이나 안 좋구나

하는 것을 다 안다.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병실 회진을 갔는데, 때마침 보호자가 자리에 없는 경우 이런 말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

선생님. 나 많이 안 좋죠? 애들은 제가 모르는 줄 알아요. 하지만 저는 다 알고 있어요. 애들은 제가 알면 낙심할까 봐 저한테는 말도 안 해요. 그런데, 괜찮아요. 다 말해주셔도 돼요. 옆에 환자들이 얘기 해 줬고, 인터넷도 찾아봤어요. 저에게 남은 기간이 한 6개월 정도 된다면서요? 제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애들한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요… “

환자와 보호자 서로가 서로를 속인다. 보호자는 환자에게 정확히 말하지 말고 돌려서 희망적으로 이야기 해달라고 하고, 환자는 아마 보호자들이 자기가 모르는 줄 알 꺼라고 그런데 자기는 다 안다고 하면서, 각자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

가끔은 병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환자분 스스로가 지레짐작해서 자신의 인생이 모두 끝났다는 식으로 절망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아니요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항암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까지도 되요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환자들이 의사를 믿지 않는다. 의사는 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도 저 의사가 나를 안심시켜주느라고 거짓말을 할꺼야.’,’아까 나 없을 때 보호자랑만 수근수근 이야기 하더만…’ 이렇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면 상당히 힘이 든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의사와 보호자 마저 적군인 상태에서 혼자서 정말 외롭게 암과의 싸움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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