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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2 보호자 역할(1) by 김범석 bhumsuk

보호자의 역할론

보호자는 기본적으로 환자 옆에 있으면서 환자의 투병생활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보호자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육체적인 지지

2) 경제적인 지지

3) 정서적 심리적인 지지

혈연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족들이 보호자 역할을 하지만, 피가 섞여있다고 다 보호자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호자 노릇이라는 것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쉽지 않다.

암에 걸리고 기력이 떨어져 식사도 스스로 못하고 대소변도 혼자 가리기가 힘들어지면 누군가가 옆에서 밥도 먹여줘야 하고 대소변도 치워줘야 한다. 이것이 육체적인 지지이다. 가족들이 해줄 수도 있지만 간병인을 고용하면 간병인이 해줄 수도 있다.

경제적인 지지는 두말할 것 없이 치료비를 대는 일이다. 병원비뿐 아니라 교통비, 식비, 간병인비 등 암 투병으로 인해 드는 총체적인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다.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나 사회 사업 단체에서 대줄 수도 있고, 환자 본인 스스로가 경제적인 능력이 있으면 자기 치료비는 자기 스스로 부담하기도 한다. 경제적인 지지를 꼭 보호자가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제적인 지지와 육체적인 지지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도 해줄 수도 있다.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다른 식으로 대신할 수 있다.

보호자 노릇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세번째인 정서적 심리적 지지이다.

목말라. 물 줘.”

여기 물 있어.”

누가 미지근한 물 갖다 달랬어? 찬물 달라고! 찬물!”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 찬물 먹고 싶으면 처음부터 찬물 달라고 하던가. 그냥 아무거나 마셔!”

여보 이것도 좀 먹어봐. 이게 몸에 그렇게 좋대. 어렵게 구해왔어.”

안 먹는대도 왜 자꾸만 그래! 안 먹어! 안 먹는다고! 안 먹는다는데 왜 자꾸 난리야!”

아니 왜 짜증을 내? 해온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먹는 시늉이라도 보여주면 안되냐?”

암환자가 되면 짜증이 늘고 화가 는다. 점점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어간다. 육체적으로 힘들어지는데다가 정신적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싸움 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 암을 진단 받은 직후와 항암치료를 중단 하는 시기에 특히 더 그러하다. 암을 진단받고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항암치료를 열심히 받는 중간 시기에는 오히려 보호자가 편하다. 암을 진단 받았지만 육체적 증상이 심하지 않고, 예전에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고, 항암치료로 병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보호자 노릇 하기가 제일 쉬운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