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갈지 말지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2)

이런 상황에서 결국에는 좋아질 가능성 1/3을 가족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와 남은 기간 2-3개월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달라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고 그렇기에 의사가 보호자에게 중환자실에 갈지 말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좋아질 가능성이 1/3 씩이나 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좋아질 가능성이 1/3 밖에 없다고 볼 것인지, 좋아진 뒤 기대여명 2-3개월을 2-3개월 씩이나 더 살 수 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좋아져도 2-3개월 밖에 못산다고 볼 것이냐의 문제이다. 가족들은 여기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중환자실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 지 답이 나온다.

다만 결정을 내릴 때에는 보호자 입장이 아닌 환자분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법이고,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보내드려야 할 때는 보내드려야 한다. 남 보기 좋자고 사는 인생은 아니다. 남들 보기에 자식 된 도리로서 효도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부모님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부모님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드리지 못한다고 해서 부모님을 억지로 중환자실로 보내서는 안 된다.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들이 환자에 대한 미안함과 평소에 잘 해 드리지 못함 때문에 의료집착적인 행태를 보인다.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보호자들은 중환자실에 가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살려만 달라며 무턱대고 중환자실에 가게 해달라고 조른다.

이럴 때 나는 이런 말을 해주곤 한다.

저희 아버지도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저는 우리 아버지 중환자실 안 보내드렸어요. 일반병동에서 편안하게 돌아가시도록 했어요. 제가 불효자라서 그랬을까요?”

결국에 환자 본인이 편안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결정을 해야 한다. 보호자 중심이 아닌 환자중심으로 결정 해야 한다. 진정한 효도란 부모님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니 말이다.

중환자실 갈지 말지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1)

중환자실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족들이 판단을 내릴 때에는 아래의 사항들을 유의해야 한다.

1) 의학적인 사실과 정보에 대해 담당의사와 충분히 상의할 것

2) 최대한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할 것

3) 보호자 입장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할 것

환자분이 갑자기 안 좋아질 때에는 보호자들이 감정에 휩쓸리게 된다. 특히 여자 보호자 분들은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하며 발만 동동 구르며 어떤 결정도 못 내리고 울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당황되고 슬프더라도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최대한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환자분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에 갈지 말지 정하셔야 합니다. 중환자실에 안 가시면 몇 시간 못 버티고 돌아가실 것이고, 중환자실에 가더라도 다시 일반 병동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고는 장담 못합니다.”

선생님, 중환자실 안 가면 바로 돌아가시나요?”

.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사람이 숨을 잘 못 쉬면 얼마 못버티고 돌아가십니다.”

중환자실에 가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인공호흡기를 달게 됩니다. 항생제를 쓰면서 다행히 폐에 생긴 염증이 좋아지면 인공호흡기를 떼고 일반병동으로 올라올 수 있겠지만,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면 인공호흡기를 단 채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시게 될 수 있습니다.”

항생제로 좋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암이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른 환자들과 달리 항생제가 안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험상 항생제가 안들을 가능성이 2/3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중환자실 가도 회복하지 못한 채 돌아가실 확률이 2/3 정도이고, 좋아질 가능성이 1/3 정도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다행히 좋아져서 인공호흡기도 떼고 이번 고비를 넘긴다 하더라도 우리 아버지는 얼마나 오래 사실 수 있을까요?”

아버님 같이 암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여명이 대략 2-3개월 정도 됩니다.”

임종 직전 중환자실 -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환자실에 가도 명백하게 이득 될 것이 없을 때에는 보통 담당의사가 중환자실을 권유하지 않는다. 또한 명백하게 중환자실에 가야 할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중환자실에 가자고 한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이런 애매한 경우에는 담당의사 혼자서 결정하지 않고 보호자와 함께 결정하게 된다.

지금 당장 중환자실에 안 가면 바로 돌아가시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중환자실에 간다고 해서 다시 좋아진다고 장담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중환자실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가족으로서는 의학적 지식이 없어 이성적인 판단도 쉽지 않을뿐더러, 환자분에 대한 애틋함과 평소 잘 못해드린 것에 대한 미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판단이 어렵다.

중환자실에 꼭 가야 할 경우는 환자 상태가 나빠진 요인이 아래의 두 가지를 만족하여야 한다.

1) 교정 가능한 요인일 것 (correctable)

2) 가역적인 요인일 것 (reversible)

, 나빠진 원인이 고칠 수 있는 것이면서 신체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이킬 수 있는 요인이어야 한다.

가령 폐암 환자가 갑자기 숨이 차서 왔는데, 심장에 부정맥이 생겨서 숨이 찬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에는 전기 충격기로 부정맥만 좋아지게 하면 호흡곤란이 금방 좋아질 수 있다. 부정맥은 치료 안 하면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수 있지만, 부정맥만 좋아지게 하면 비록 암이 있어도 충분히 기대 여명을 채울 수가 있다. 심장 부정맥은 교정가능한 요인이고, 부정맥만 고치면 심장 기능은 이전처럼 돌아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담당의사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중환자실에게 가자고 강력히 권유하고 실제로도 환자분은 부정맥 치료와 심장기능 모니터를 위해 중환자실에 가는 것이 낫다.

또한 치료 초기에 치료와 관련하여 생긴 부작용들은 중환자실에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예로 치료 초기에 항암치료를 한 후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면서 세균 감염이 되고 혈압이 떨어지며 패혈증이 온 경우도 중환자실에 가야 한다. 세균 감염에 대해서는 항생제 치료를 하고, 백혈구 수치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백혈구 촉진 주사를 맞고, 혈압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승압제를 쓰면서 호전되기를 기다리면 패혈증이라는 위기를 넘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백혈구 수치감소, 세균감염, 혈압감소 모두 교정 가능한 요인이며 교정할 경우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중환자실에 가야 한다.

반면 중환자실에 안 가는 것이 좋은 경우는 아래의 경우이다.

1) 암 자체에 대한 치료가 중단된 상태에서, 악화된 원인이 암 자체에 의한 것일 때

2) 인공호흡기를 떼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때

3)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기대 여명이 얼마 안될 때

이 경우에는 중환자실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폐암이 진행되어 호흡곤란이 생기면 궁극적으로는 폐암이 좋아져야 호흡곤란도 좋아진다. 하지만 폐암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치료법이 없는 상태라면 굳이 인공호흡기 달고 중환자실 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 폐암도 호흡곤란도 좋아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이미 암이 진행되어 기대 여명이 얼마 안 남았을 때에도 굳이 무리해서 중환자실에 갈 필요가 없다.

관점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보호자들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에도 중환자실에 가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중환자실에 가게 되면 검사도 많이 하고 비싼 약도 많이 쓰게 되어 진료비가 생각보다 무척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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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험항목이 암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2)

보험과 돈 : 2008/02/03 14:51
Tag 비보험, 암환자

비보험항목이 암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2)

3) 아직 보험인정이 안 되는 신약과 새로 나온 치료법.

담당의사가 보험이 안되더라고 새로 나온 약을 써보시겠습니까?” 라고 물어보는 부분이 바로 아직 보험인정이 안 되는 신약과 새로 나온 치료법이다. 이 부분이다. 실제적으로 환자와 담당의사를 고민스럽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앞에서 이야기하였으므로 앞부분을 다시 한번 참고해보자.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보험으로 약을 쓴다고 하더라도 병원에 월급쟁이로 있는 의사한테는 개인적으로 이득이 떨어지는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4) 보험급여를 초과하는 처방

3)의 경우와 달리 보험이 인정이 되긴 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조금 인정되거나 인정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경우이다. 진토제와 백혈구 촉진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1) 진토제 (구토방지제)

오심 구토는 항암치료 받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작용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항암치료를 받으면 반드시 의사는 진토제를 처방해 준다. 진토제는 간단히 구분해서 싼 진토제가 있고 비싼 진토제가 있다. 덱사메타존(dexamethasone)이나 맥소롱(mexolon®, metocloroprimide) 이런 진토제는 한 알에 20,30원 정도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거의 무한정 보험인정이 된다. 하지만 조프란 (zofran®), 카이트릴 (kytril®), 안제메트 (anzemet®), 나제아 (nasea®)와 같은 진토제는 한 알에 8000원에서 17000원 가량 하는 고가의 약이어서 보험 인정을 많이 해주지 않고 있다. 약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보통 3일치 혹은 5일치 정도밖에 인정해 주지 않는다. 효과는 탁월하지만 약값이 비싸므로 보험을 많이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항상 개인차라는 것이 있다. 항암치료 하면서 유난히 구토가 심한 환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환자의 경우 담당의사는 진토제를 넉넉하게 주고 싶어지는데, 넉넉하게 주고 싶어도 보험 일수를 초과하면 줄 수가 없다.

이런 경우 담당의사는 보험이 안되더라도 몇 알 더 가져가라며 몇 만원을 더 쓰라고 권유하게 된다. 진토제는 조금 넉넉하게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 항암치료 후 구토 때문에 너무 힘든데 진토제가 모자라면, 진토제를 타러 다시 병원에 와야하고 몇 시간 기다려서 외래보고 결국 비보험으로 진토제를 추가적으로 처방받아 약국에 가서 진토제를 사야 한다. 아예 처음 처방 받을 때 조금 넉넉하게 받아두면 이런 수고스러움을 안 겪어도 된다.

(2) 백혈구 촉진제

항암치료 후에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이 백혈구수치가 떨어지면서 균감염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응급실로 와야 하고 입원해서 주사로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 항암제에 따라서 백혈구 수치가 잘 안 떨어지는 약은 상관없겠지만, 유난히 백혈구 수치가 잘 떨어지는 항암제가 있다. 이런 항암제를 맞아서 백혈구 감소증과 균 감염이 잘 생길 것으로 예측되게 되면, 혹은 환자가 이전 항암치료에 백혈구 감소증이 있던 경우에는 담당의사가 예방적으로 백혈구 촉진제를 쓰게 된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백혈구 촉진제를 맞아서 백혈구 수치를 올려둠으로써 백혈구 감소증과 균감염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임상암학회(ASCO)에서는 나이가 많거나, 이전에 백혈구 감소증이 있었거나, 백혈구 감소로 인한 균감염이 20%이상 되는 항암제를 사용할 경우 예방적으로 백혈구 촉진제 맞기를 권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적으로 백혈구 촉진제를 사용하는 것은 보험적용이 안 된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고 열이 나야만 그때서야 백혈구 촉진제를 사용하도록 보험허가를 해준다. 보험이 안되더라도 예방적으로 백혈구 촉진제를 사용할 경우 8만원에서 50만원 정도의 돈을 더 부담해야 하지만,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며 열이나서 응급실에 오고 입원하는 것보다는 싼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권유를 받았다면 비보험이라도 부담하는 편이 환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돈 몇 만원 쓰는 것이 아까울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입원하게 되어 더 큰 돈을 써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환자가 편안한 진료를 받는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의료 보험은 문제가 많다.

Posted by 김범석 bhum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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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험항목이 암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1)

보험과 돈 : 2008/02/02 15:42
Tag 비보험, 암환자

비보험항목이 암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런 비보험항목 중 암환자들에게 주로 해당하는 것은 아래의 사항들이다.

1) MRI, PET등 고가의 검사를 할 때

2) 상급병실료

3) 아직 보험인정이 안 되는 신약과 새로 나온 치료법

4) 보험급여를 초과하는 처방

하나 하나 살펴보자.

1) MRI, PET등 고가의 검사를 할 때

고가의 검사의 경우 많이 좋아졌다. 한번 검사할 때 50만원이 넘는 MRI 100만원 가량하는 PET검사는 현재 보험인정이 된다. 비용이 비용이니 만치 모든 경우 다 보험이 되는 것은 아니고, 보험에서 정한 몇 가지 기준에 해당할 경우에만 해준다. 실제로는 보험으로 청구를 해도 삭감이 되는 경우가 많긴 한데,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환자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설령 보험 기준에 안 맞아서 보험이 안되더라도 보통 검사를 해야 한다는데 안 하겠다고 할 환자나 보호자는 많지 않다. 비싸더라도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보험공단도 이를 잘 알고 암묵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2) 상급병실료

상급병실료의 경우 조금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것이다. 현재 종합병원 다인실 (6인실)의 입원요금 중 환자가 내는 금액은 6000원에서 9000원 사이이다. 반면 2인실 요금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4만원에서 15만원 사이이다. 다인실의 하루 입원료는 찜질방이나 여관비보다도 싸다. 다인실에 입원하면 만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에 하루 입원을 할 수 있지만 다인실이 아니라면 4만원에서 1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다인실 입원료와 2인실 입원료는 이렇게 차이가 큰데, 이 차액을 의료보험에서는 지급해주지 않고 있다. 6인실에 싸게 입원할 수 있는데 상급병실에 입원하는 것까지 의료보험에서 굳이 커버해줄 필요는 없다는 논리이다.

그러면 다인실에 입원하고 싶은 사람은 다인실에 입원해야 하는데, 현실로 돌아가 보면 다인실에 입원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다인실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고, 다인실에 입원한 환자들이 퇴원을 하지 않아서이다. 환자들도 다인실에 입원하기가 어려우니 만치 한번 다인실에 입원하면 퇴원을 안 한다. 하루 만원도 안 되는 돈만 내면 병원에 입원해있을 수 있는데 굳이 퇴원할 이유가 없다. 입원하면 하루에 4-5만원씩 나오는 암보험에라도 가입해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다인실은 항상 부족하고, 많은 환자분들은 다인실에 입원하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2인실에 입원하고 있다. 그 차액은 고스란히 환자들의 부담이다.

Posted by 김범석 bhum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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