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면 요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퀴즈 한가지.
Q: 요즘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한 실버타운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 실버타운은 도심한복판에 있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공기 좋고 물 맑은 시골에 있는 것이 좋을까.
사진출처- 사진은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40545
많은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을 위한 실버타운이니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 생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긴다. 노인들이 한적한 전원생활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살아야 건강해 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젊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실제로 노인 분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실버타운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서울에서 복작거리면서 살던 노인분들이 갑자기 시골로 가면 갑자기 외로워지는 생활을 못 견디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살다 보면, 옛 친구들도 만나기 어렵게 되고 문화혜택을 받기 어렵게 된다. 갑자기 아파서 큰 병원 갈 일이라도 생긴다면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자식들이 잘 안 찾아온다고 한다.
물론 이런 문제는 개인의 상황과 선호도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문제지만, 확실한 것은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플수록 혼자 외로워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병에 걸리면 무조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가서 요양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 무척 강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물론 공기 나쁘고 시끄러운 도시 환경이 건강에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면… 환자분이 내켜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을 고집해야만 할까?
진료실에서 있다 보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의 요양원에 가 있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특히 암을 진단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초보 암환자 가족일수록 그런 질문을 한다. 초보 암환자 가족일수록 경황이 없고, 옆에서 ‘누가 그러는데…’ 라고 하면 마음이 혹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환자분이 요양원에 가고 싶어하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꼭 가고 싶은 것은 아닌데, 누가 그러는데 거기가 좋다고 해서…’이다. 환자 본인은 잘 모르거나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보호자가 남들의 말에 혹해서 요양원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본인이 싫다는데도 주변에서 가족들이 억지로 입원 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해 놓구서 자주 찾아와보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양원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 정작 내가 갈지 말지 정할 때에는 다음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1. 큰 병원과의 접근성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라면 대부분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암을 치료하는 큰 병원이라면 대부분 서울 근처에 있다. 그러다 보니 요양원이 원래 다니는 큰 병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너무 멀면 응급상황에 대처하기가 힘들어 진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강원도 산골 시골마을에 요양원이 있다고 쳐보자. 새벽에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물론 요양원에도 의료진이 있고, 의료 시설도 있겠지만 응급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요양원 입장에서는 갑자기 큰 일이 생기면 원래 다니던 큰 병원으로 환자를 다시 보내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면 환자에게 안 좋을 수 있다.
2.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무늬만 요양시설
정식으로 나라의 허가를 받고 운영되는 요양병원은 별로 문제되지 않지만, 환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요양원, 요양시설로 알려진 곳 중에는 민박집 수준의 집을 개조해서 OO 요양원, OO 기도원 등으로 이름 붙여놓은 곳이 많이 있다. 이름은 요양원인데, 실상을 알고 보면 얼토당토 않는 비싼 가격에 건강보조식품이나 산나물, 약초 등을 파는 곳인 경우가 많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각종 암극복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환자들을 유혹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곳에 머물다 보면 잘못된 민간요법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이성적인 판단 능력으로 바라보던 분들도 이런 시설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고, 잘못된 믿음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사이비 종교와 비슷한데, 한번 잘못된 믿음에 빠지면 시야가 흐려져서 주변에서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 해도 믿지 않게 된다. 자연의 치유력을 믿는다며, 항암치료나 수술을 거부하고 병만 키우다가 뒤늦게 큰 병원에 와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자주 본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분의 몫이다.
3. 무료한 시간이 사람을 더 우울하게 만들지는 않는지.
집에서 생활하는 것에 비해 요양원에 있으면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 나는 정말 환자인가 보구나’하는 생각이 더욱 들게 된다. 사람이 아무 할일 없이 하루 종일 환자복입고 누워만 있게 되면 별별 생각이 다 들게 되고, 그런 잡생각들은 사람을 더 우울하게 만든다.
이럴수록 기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친구도 만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내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독서를 해도 좋고, 영화를 봐도 좋고, 가족앨범 정리를 해도 좋다.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좋고, 일기를 쓰는 것도 좋고,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의미 있는 활동들이 무척 많다. 이렇게 가벼운 활동을 하면서 지내다 보면, 우울한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어진다. 바쁜 새는 슬퍼할 틈이 없는 것과도 같다.
암에 걸렸으니 이제 죽는다고 우울해 하며, 하루 종일 누워서 그저 하루하루 죽는 날만 기다리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사진- 영화 "행복"의 한장면- 요양원에서 투병생활하던 환자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물론 좋은 요양시설에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동병상련의 환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마음의 위안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장점들 못지 않게 위에 언급한 단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더라도 환자분이 복작거리는 도심에 있는 것보다 조용하고 공기 좋은 시골 요양원을 원하신다면 그 때에는 가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