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1/30 의료보험의 기본 by 김범석 bhumsuk
  2. 2008/01/23 보험이 안 되어도 좋은 약으로 해주세요 by 김범석 bhumsuk

의료보험의 기본

이렇게 의료 보험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렇다면 의료보험은 왜 생겼을까?

의료보험의 기본으로 들어가 보자.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교통사고, 질병, 크게는 사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보험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제 생길지 모르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같은 종류의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미리 금전을 갹출하여 공통준비재산을 형성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이것으로부터 재산적 급여를 받는 경제제도가 보험이다. 경제적인 논리로 보자면 보험은 평상시에 약간의 보험료를 부담하다가 큰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목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보험에는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투자형 보험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어떤 보험이던 간에 기본적으로는 위험을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한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 정도 될까? 더욱 구체적으로 내가 살면서 위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 정도 될까? 위암에 걸리면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게 될까? 그렇다면 암에 걸릴 것을 대비해서 얼마 정도의 돈을 따로 저축해둬야 할까?

살면서 생길 수 있는 이런 위험에 대비하긴 해야 하는데, 개개인의 입장에서 이런 위험들이 얼마나 생길지 짐작하고 혼자 대처해 보자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전체로 놓고 볼 때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국가 전체적으로 1년에 암 발생환자가 몇 명이고 이들의 총 진료비가 얼마인지 통계가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총 진료비를 국민 숫자로 나누면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된다. 개개인 혼자서는 위험에 대처하기가 어려워도 여럿이 모이면, 예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위험 관리가 쉬워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해서 국가차원에서 이를 관리한다.

즉 생활에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건강상의 위험을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그 돈을 국가에서 관리함으로써 개개인의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의료보험이다.

의료보험은 생명보험과는 다르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의료보험은 자동차보험과도 다르다. 자기가 보험회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또한 의료보험은 종신 보험과도 다르다. 돈을 냈는데 돌려받는 돈이 아니다. 너무나 건강해서 병원에 갈 일이 없다면, 이 돈은 그냥 허공에 날리는 돈이다. 말하자면 순수보장형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의료보험을 아까워하고, 의료보험료가 오른다고 할 때마다 국민이 봉이냐며 정부를 질책한다. 개인 사업하는 사람들은 의료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소득을 숨기고, 그러다 보니 월급쟁이들만 의료보험료 부담이 증가한다. 물론 이 돈도 언젠가 내가 아프게 되면 나에게 돌아올 돈이긴 하다 건강한 내가 내자면 월급에서 빠져 나가는 몇 만원의 돈이 아깝게 느껴진다.

보험이 안 되어도 좋은 약으로 해주세요

Ÿ 보험이 안 되는 비싼 약 = 좋은 약

Ÿ 보험이 되는 싼 약 = 나쁜 약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사람들 인식 속에 이런 등식이 성립되어 버렸다. 마치 군대에 있으면서 나라에서 보급해주는 물품보다 사제 물건을 선호하듯 보험이 안 되는 비싼 약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진료실에 있다 보면, 보호자가 은밀하게 다가와서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보험이 안되어도 좋으니, 돈에 개의치 말고 좋은 약으로 해주세요.”

아마도 환자나 보호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의사들은 효과가 좋지만 비싸고 보험이 안 되는 약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약들은 보험이 안되어 못 쓴다더라. 우리는 보험이 안되더라도 돈을 더 쓸 여력이 있으니 우리한테는 좋은 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고 어느 정도는 틀린 말이다. 왜 그런가?

보험이 안 되는 비싼 약이라고 무조건 좋은 약은 아니다. 보험 되는 싼 약이라고 무조건 나쁜 약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2만원 짜리 약이 만원 짜리 약보다 효과가 2배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경제의 논리라면 2배 더 비싼 약을 쓰니 효과도 2배 더 좋아야 할 것 같지만, 의학의 논리로는 그렇지 않다. 오래되고 싼 약 중에서도 효과가 뛰어난 약들은 얼마든지 있다. 임파종 치료에 사용되는 CHOP이라는 복합항암제는 지난 20여 년 간 사용되면서 그 유용성을 입증 받았고 1회 치료 시 몇 만원 안 하면서 임파종을 완치시켜주기도 하는 효과적인 항암제이다. (: 요즘에는 CD20음성인 임파종에만 CHOP 복합항암제가 사용된다.) 보험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싸구려 약이고 효과가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고 있는 신약의 경우에 있어서는 보험이 안 되는 비싼 약이 좋은 약인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에서 이들 신약들은 여러 임상시험에서 기존의 치료보다 우월하다는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신약들은 비싸다.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고 특허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다면 대부분 의료보험 처리가 되어 문제가 없겠지만, 약값이 비싸면 당연히 보험커버가 잘 안 된다. 약이 효과가 있더라도 약을 다 보험 처리 해주기 시작하면 보험재정이 금방 바닥 나기 때문에 보험공단 입장에서는 보험처리를 잘 안 해준다. 보험공단의 논리로는 보험재정을 지켜야 하고, 모든 사람이 낸 보험재정을 특정인이 다 써버리기 보다 고르게 혜택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분명 약효가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 약에 대해서는 보험을 잘 안 해준다. 보험공단도 일부러 안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안 해주는 것이다. 비싸고 좋은 약에 대해 보험 인정을 해주면 보험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의료보험료를 올린다고 하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보험공단에서는 외국에 비해 보험료를 적게 걷고, 대신 혜택도 적게 하는 정책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환자가 보험이 안 되는 좋은 약을 쓰려면 본인이 100% 약값을 부담하면서 써야만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