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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RTC 방문기

칼럼 : 2009/09/15 00:10

EORTC 방문기

 

 

저는 지난 주에 유럽의 세계적인 임상연구 기관인 EORTC에 기관방문을 다녀왔습니다. EORTCEuropean Organisation for Research and Treatment of Cancer의 약자로 1962년 벨기에 브뤼셀에 다국적 암 연구 기관으로 설립되어, 현재 30개국 300여개의 암센터와 네트워크를 이루어서 암에 대한 다학제적 임상시험(multi-disciplinary treatment)와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기관입니다.  

 



 

<사진 –EORTC 전경>

 

벨기에 브뤼셀에 EORTC 헤드쿼터가 있고, 180여명의 전문가가 상주하며, 매년 50여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매년 5000여명의 환자가 임상시험에 등록됩니다. 과거 수 십년간의 임상연구를 통해 15만건의 환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매년 천삼백만 유로의 예산으로 운영이 되는데, NEJM JCO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다수의 연구 결과를 출판하고 있습니다.

 

EORTC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다학제적 연구

2) 그룹 중심의 협력연구

3) 과학적인 독립성

4) 효율적인 연구자 네트워크

 



 

 연구자가 연구 아이디어만 내면 프로토콜 검토 위원회에서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아이디어가 타당하다고 여겨지고, 과학적으로 중요한 연구라고 판단이 되면, 그 다음에는 IRB 윤리위원회에서 검토를 하고, protocol help desk라는 곳에서 완성된 프로토콜 형태로 작성을 도와줍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와 긴밀히 협력하여 web based e-CRF(case report format)도 만들게 되며, 임상의사, 통계학자, 전산전문가, 데이터매니저, 행정가 등이 함께 협력하며 일을 하게 됩니다.

 

 EORTC에는 여러 질환 별로 study group이 있는데, 프로토콜에 대한 준비가 끝나면, EORTC에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기관을 모집하게 됩니다. 연구가 개시되면, 이에 따라서 환자가 모이게 됩니다. 일정 시점이 되면 정해진 중간분석(interim analysis)를 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연구 결과가 나오면 데이터매니저와 통계학자가 primary end-point에 대해 report를 해주게 됩니다. 이후 6개월 이내에 논문화되어 출판하게 됩니다.

 

 이렇게 EORTC는 임상연구가 수행되는데,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엄격한 질관리를 통해 양질의 임상연구가 수행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일을 하는 구조라는 점이고, 이것이 우리나라 임상연구와 차이인 것 같습니다. 

 

외국에 비해 개별 연구자의 능력은 우리나라의 연구자가 절대 뒤쳐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짧은 시간에 많은 연구를 해내는 능력과 부지런함은 외국 연구자가 우리나라 연구자를 따라 올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시스템입니다.

외국은 100만큼의 능력이 있는 연구자도 200만큼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system이 뒷받침 되어 주지만, 우리나라는 150만큼의 능력이 있어도 100만큼 밖에 낼 수 없는 system입니다. 효율적인 연구 시스템과 언어의 능력만 된다면, 우리나라의 임상 시험도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EORTC에서는 아시아 국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바탕으로 한 타겟항암제는 인종 별로 약효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아시아 인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권에서 임상연구가 제대로 수행되는 나라라고 하면, 일본과 중국, 한국 정도인데, 13억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임상연구 허브로 도약해서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주도권을 이끌어 나가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1) 팀 접근법과 협업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2) 우리나라 임상연구자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3) 그룹스터디를 좀더 체계화 시킬 필요가 있고,  

4) 정부에서도 mind를 바꾸어 보다 임상시험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야 하며

5) 외국과 인적인 교류 확대 (인적 네트워크 구성)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EORTC 사람들을 만나보니, EORTC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좋은 인상을 갖고 있고, 저희 일행을 너무 환영해 주어서 놀랐었습니다. 알고 보니, 몇 년 전에 EORTC에서 1년 반 동안 머물면서 연구하신 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환중 교수님께서 워낙 열심히 연구하시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셔서 EORTC 사람들이 한국을 무척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매우 근면 성실하고 excellent 하다며 연신 칭찬을... ^^: 윤교수님은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바쁜 시간을 내어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 Scientific directorDr DennisData center director Dr Joke, 일정을 조율해준 Ms. Vicky Minas에게도 감사드리고, 따뜻한 환대와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 여러 EORTC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임상시험의 강국이 되기를 꿈꾸며

 

 


Posted by 김범석 bhumsuk

임상시험

임상시험 (clinical trial) 이란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과정으로 신약개발이나 치료법 개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적인 단계이다. 근거 중심의학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치료의 윤리성이 강조되면서 임상시험이 보편화되고 널리 시행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을 권유하기가 힘들었다.

항암치료를 시작해 봅시다. 혹시 임상시험에 대해 들어보셨어요?”

임상시험이요?”

““. 새로 나온 치료법에 대해 시험을 해보는 거에요. 임상시험에 한번 참가해 보실래요?”

그러지 말고 그냥 좋은 약으로 해주세요.”

임상시험을 권유하면 환자분들은 마치 자기가 실험용 몰모트나 마루타가 되고 의사들이 자기 몸에 이것 저것 실험을 한다고 느끼는 듯 싶었다. 일부 환자분들은 임상시험 이야기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임상시험을 권유하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는 환자도 많았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시행되던 임상시험이 이미 외국에서는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국인에서는 어떠한지를 보는 수준이었으므로 사실 안전성 면에서도 거의 문제될 것이 없었고 결과도 뻔히 좋은 쪽으로 나오는 임상시험이었는데도 환자분들은 임상시험을 거부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환자분들께서 먼저 임상시험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시험 = 신약 = 새로운 치료법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요즘에 새로 나오는 약이나 치료법들은 모두 임상시험을 거쳐 그 효과가 검증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은 환자분들이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을 가장 먼저 접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실제로도 많은 환자분들이 임상시험을 통해서 남들보다 먼저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의 혜택을 보고 싶어한다.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이 과연 기존 치료보다 더 나을 것인가의 문제가 있지만, 요즘 나오는 임상 시험 결과를 보면

임상시험 = 신약 = 새로운 치료 t;/SPAN> 기존 치료보다 좋은 치료

임상시험 = 신약 = 새로운 치료 t;/SPAN> 기존 치료와 비슷한 치료

대부분 이 두 가지 정도에 해당이 된다.

만일

임상시험 = 신약 = 새로운 치료 t;/SPAN> 기존치료보다 나쁜 치료

이렇게 된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게 된다. 임상시험은 살아있는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만치 엄격한 윤리적 검증을 거쳐 시행되게 된다. IRB라는 병원윤리위원회에서 임상연구 계획서를 받으면, 기존 문헌 고찰이나 사전 조사에서 환자에게 나쁠 것 같으면 아예 연구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또 임상시험 중간에 interim analysis 라고 해서 치료 성적이 어떤 지를 중간 분석하고 검토하게 되어있다. 만일 interim analysis 중간 결과 한쪽의 치료법이 월등히 좋음이 증명되면 임상시험을 중간에 조기 중단된다. 나쁜 치료를 받는 환자를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임상시험은 적어도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환자분들에게 권한다. 오히려 임상시험에 참가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임상시험의 장점

Ÿ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의 첫번째 수혜자가 될 수 있다.

Ÿ 별도의 연구간호사가 배정되어 증상과 치료의 어려움, 부작용 등을 한번 더 챙겨준다.

Ÿ 신약을 공짜로 주기도 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해 보겠냐고 담당의사로부터 권유를 받았을 때 결국 선택은 환자 본인이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임상시험에 대해 실험용 몰모트가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임상시험은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을 먼저 접해 볼 수 있는 방법이며,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이 있다.